- 조직, 도덕적 해이… “경영진 부적절한 처신 탓” 나돌아
- 은행측, 가해자 4명 대기발령은 ‘보직해임’에 해당… 정식절차 걸쳐 ‘파면’도 가능
- 지역 시민단체, “진정성 의심… 근본적인 대책마련도 없어”
- 여성단체, “‘인권센터 설립’은 사건 상황 호도하는 것”
- 경찰, “아직 수사 진행 할 수 없고, 한 게 없다”… “피해자 진술도 받지 못한 상황”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대구은행에서 일어난 책임자급 간부 직원들의 비정규직 여직원 성희롱·추행 사건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구은행은 최근 박인규 은행장이 직접 나서 간부직원들의 비정규직 여직원 성희롱·추행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사건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책임론까지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직의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는 경영진의 부적절한 처신 탓이라는 말도 나돈다. 특히 간부들이 직위를 이용해 여직원들을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지켜보는 지역사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대구시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 본점 다목적홀에서 사내에서 발생한 성추행·희롱 문제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박 은행장은 지난 7일 대구은행 제2 본점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며, 관계 기관의 조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날 박 은행장의 사과와 관련해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여러 가지로 미흡한 사과문이라고 지적하며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대구여성회와 지역 시민단체 등은 이번 박 은행장의 사과문은 진정성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가해자 처벌, 피해자의 피해치유와 고용 보장 등에 대한 확실한 약속 없이 사과문에서 밝힌 자체 ‘인권센터 설립’은 이번 사건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대구은행의 이번 조치와 박 은행장의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라며, “과연 성추행 가해자들을 제대로 징계할 마음이 있는가. 또한 왜 피해자가 아닌 고객에게 먼저 사과하는가. 대구은행은 피해 직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은행의 안위만 걱정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비난의 수의를 높이고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구은행 본점 감사팀은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자급 간부직원 부부장 등 4명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였고 이들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서도 시민단체는 “징계가 아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라며, “과연 성추행 가해자들을 제대로 징계할 마음이 있는가, 이번 사건 가해자는 범죄행위를 하고 회사는 이런 차별적 구조를 알면서 방치해 조건을 제공했다. 가해자는 물론이고 대구은행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감사팀은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외에도 또 다른 간부급 직원 4~5명을 추가로 불러 비공식적 조사를 진행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홍보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책임자급 직원들에 대한 대기발령은 ‘보직해임’에 해당 된다”라며, “현제 자체 감사팀이 정확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가해자들과 피해자의 진술이 달라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 피해 여 직원들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직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위원회 회부를 결정하고, 곧바로 징계위를 열 것이며, 이후 가해 직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에 따라 파면조치까지 내려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찰, 아무런 수사 진행 없어… “아직 피해 여성 진술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아직까지 피해 여성의 진술과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의 조사 등을 못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 됐다.
경찰은 10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일반적인 사건과 달리 피해자의 의사와 개인보호가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피해자측에서 고발 또는 처벌 의사표시를 아직까지 표명한 바가 없어 경찰에서는 아무런 수사 등의 진행을 할 수가 없고, 한 게 없다”고 밝혔다.
경찰측은 “사건이 시작된 것이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위해 고발로 된 게 아니고 언론에서 먼저 치고 나가서 된 것이고, 이에 경찰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급 4명을 조사 한 게 아니고 대구은행 내부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경찰은 아직까지 아무런 조사를 벌인 것이 없다”고 했다.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계 한 관계자는 ”다만 현재 대구은행측에서 피해자로 알려진 여직원들의 개인정보 등을 받아 협조하기로 했다. 경찰에서 피의자를 조사하려면 피해자의 진술이 있어야 되는데 현재까지 피해자는 경찰에 단 한번도 연락한 바가 없다. 지금으로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대구은행을 통해 사건을 인지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언론보도에서 언급한 “경찰이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급 4명 이외에도 또 다른 수 명의 직원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과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사진=일요신문 DB)
이번 사건은 한 임시직 여직원의 언론 제보와 해당 여직원들의 신고가 본점 감사팀에 접수돼 시작됐다. 책임자급 간부 직원들이 상당 기간 동안 다수의 비정규직 여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추행을 일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대구은행 본점 감사팀이 진상파악에 나섰고, 이 과장에서 은행은 사내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등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사태를 더욱 악화 시켰다. 더욱이 피해 여직원들을 비롯해 전 직원에게 해당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해 대구은행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진상조사에 집중하기보다는 내부 제보자 색출과 사건을 무마하기에 더 주력했다는 오명을 받게 됐다.
한 여직원 감사팀을 통해 책임자급 한 간부 직원이 근무시간에 수시로 불러내 입맞춤을 요구하는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해왔으며,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직원은 주점에서 부서 회식을 하던 중 책임자급 간부로부터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을 당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만남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이외도 강제로 모텔로 끌려갔다 달아나기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특히 해당 여직원들은 “주위에 더 많은 피해 동료들이 있지만 계약연장 등에 불이익 있을까봐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고 진술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 했다.
한편, 현재까지 가해자로 지목된 책임자급 직원은 해당은행 부부장급(1명), 차장급(1명), 과장급(2명) 등 모두 4명이다.
대구은행은 대구지역 대표 기업이다. 그동안 다양한 금융지원을 벌이며 지역민들과 공존해 왔던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해 50년 지역 대표 기업에 대한 신뢰가 땅으로 추락하는 꼴이 돼버렸다. 조직 내 기강과 도덕성 해이에 비판도 함께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여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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