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일본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는 여학생들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로이터/뉴시스 | ||
▶▶재워주는 남자 ‘도메오’
‘도메오(泊め男)’란 가출소녀들에게 선의로 숙박을 제공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당장 머물 곳이 없는 가출소녀들에게 있어 이러한 도메오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인터넷 상에는 도메오와 가출소녀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게시판도 있어 일종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이 게시판을 통해 미리 지낼 곳을 결정한 후 가출을 하는 소녀도 있다. 이러한 도메오 중에는 물론 흑심을 갖고 소녀들을 재워주는 남성도 있지만 그것을 알고도 순순히 따라가는 가출소녀들도 있다.
도쿄의 한 도메오의 집에서 다른 가출소녀 두 명과 함께 생활한다는 한 소녀(15)는 노숙생활에 대해 진저리를 쳤다. “길거리에서 80대 할아버지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따라갔다가 호텔까지 간 적이 있다. 가출소녀들의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에게 속아 몰카에 찍힌 적도 있다. 심한 감기에 걸려 햄버거 집에서 쓰러졌을 때는 옆에 있던 남자의 집으로 운반돼서 3일 정도 지낸 적도 있다.”
운이 나쁘면 섹스를 강요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노숙보다는 도메오의 집이 안전하다는 뜻이다.
가출소녀들을 이용해서 수입을 얻는 도메오도 있다. 그는 “오랫동안 집을 나와 있는 소녀들은 갖가지 험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 강간을 당하거나 섹스 비디오를 찍는 경우까지 있다. 나는 소녀들에게 상대방 남성에 대한 정보를 얻은 후 그들을 협박해서 돈을 뜯어낸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6명의 남성들을 협박해서 뜯어낸 돈은 약 1000만 엔(약 8300만 원) 정도.
그는 “(협박으로) 번 돈은 모두 소녀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그 돈으로 더 넒은 집을 빌리고, 봄에는 다 함께 홋카이도로 여행도 갔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잘 곳을 제공받는 가출소녀와 그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을 협박하는 도메오. 기묘한 공생관계다.
▶▶‘출장 원조교제’ 성행
적극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가출소녀들도 많다. 이들 사이에서 신종 매춘이 성행하고 있다. ‘원조 출장’이라고 불리는 이 매춘은 원조교제와 출장윤락을 합친 형태다. 포주(공급책)가 인터넷 원조교제 사이트에 상대를 구하는 글을 올리고, 그에 대한 답신이 오면 소녀들을 파견하는 시스템이다.
가출소녀 입장에서는 개별적으로 매춘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고, 포주는 업소를 차리지 않고도 중개료를 받을 수 있으니 ‘윈-윈’인 셈이다. 15세의 어느 소녀는 2주일 동안 38만 엔(약 315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처음 원조 출장이 등장했을 때는 풍속업계 종사자들이 포주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풍속업계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다. 이들 중에는 17세 소녀도 있었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원조 출장업을 하고 있다는 이 소녀는 현재 11명의 ‘또래 소녀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녀의 하루는 카페에서 시작한다. 직업상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카페에 모여 원조교제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답신을 기다린다. 비슷한 또래의 소녀들이 모여 있기 때문인지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불법 매춘의 현장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가출소녀들에게 원조 출장을 권유하면 반 이상은 넘어온다고 한다. 더구나 돈 없이 가출한 경우 100%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한다. 지금 데리고 있는 11명 중에서도 8명이 가출소녀다. 자신이 원조 출장을 하며 힘든 적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아이들에게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경영 방침이다.
그러나 나름의 고충도 토로한다. 특히 이 일을 계속하면 금전 감각이 마비돼서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두렵다며 앞으로 2~3개월만 더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원조교제 협박 돈 뜯기
가출한 지 3개월이 됐다는 한 가출소녀(14)의 지갑에는 27만 엔(약 224만 원)이라는 거금이 들어 있다. 그녀는 “원조교제 같은 건 하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그런 거금을 어떤 식으로 벌었을까.
그녀는 불량서클에 소속되어 있는데 거기서 그녀가 하는 일은 ‘미끼’가 되는 것. 일단 원조교제 사이트에 “중학생인데 가출을 해서 갈 곳이 없다”는 글을 올려 ‘먹잇감’을 유인한 뒤 “역까지 자동차로 마중 나와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 후 차를 타고 호텔로 가는 도중에 뒤따라온 동료들이 뒤에서 차를 받아 일부러 사고를 낸다.
접촉사고로 잔뜩 긴장한 중년 남성 앞에 차에서 내리는 불량소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소년들은 처음에는 “한눈을 팔아서 죄송합니다”고 사과를 하지만 앞차에 다가와서 두 사람을 보고는 “근처에 호텔도 있고, 혹시 원조교제 아냐?”라며 바람을 잡는다. 이때 미끼인 소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발끈한 척을 하며 “원조교제면 어쩔 건데!”라고 말하는 것이 결정타가 된다. 현장을 잡혀 어쩔 수 없는 중년 남성을 데리고 근처의 주차장 등으로 이동한 후 ‘가격 흥정’이 이루어진다.
자동차로 이동을 해야 하는 수도권 중소도시의 특성을 살린(?) 아이디어다.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인 수법이라고. 이런 식으로 갈취하는 액수는 최소 50만 엔(약 415만 원), 지금까지의 최고액은 240만 엔(약 1990만 원)이다. 이들은 원조교제를 하는 중년남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전혀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