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기문화재단 내 박물관에서 김 관장의 부하직원이었던 A 씨는 경기문화재단 고충처리 민원실에 갑질을 제보했다. 김 관장이 지난 2년간 폭언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것이었다.
A 씨에 따르면 김 관장은 직원들이 본인의 의견에 반대할 때 ‘시끄러워, 꺼져’ ‘윗사람 말에 토 달지마, 따박따박 말대꾸하지마’ 등의 말을 일삼았다고 한다. 또 제보에 따르면 ‘여자들이 말이 많다’며 핀잔을 주는가 하면 직원들의 외모와 관련해서도 ‘뚱뚱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라며 외모를 이유로 특정인 채용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대민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단정한 외모를 유지해야 하고 옷을 깔끔하게 입는 부분을 강조한 적은 있다”면서도 “신체접촉은 모르겠지만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등이나 어깨를 두드리는 정도는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회의시간에 의견이 달라 갈등하는 상황에 말대꾸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있지만 존댓말로 했고, ‘꺼져’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 남성 직원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그 남성은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상황이었다며 기분 나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고, 이는 인사위원회에서 징계 사안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한편 재단 내 박물관에 근무할 때는 임신하면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는 직원들의 주장도 제기됐다. 일부 여직원이 임신으로 육아휴직을 했고, 계약직 근로자가 대체자로 근무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다른 여직원들에게 임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관장은 “그런 일이 없다. 전혀 기억에 없다. 임신은 개인적인 일인데 내가 언급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예전 박물관 현황보고 때 인력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보고하기 위해 가임가능 여성과 육아휴직 예정 여성을 표기했던 것이 와전된 것 같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녹취나 증거는 아무것도 없는데 다 사실로 받아들여졌다”고 주장했다.
총 15건의 제보가 있었고, 고충민원 처리를 담당하는 인사팀은 감사팀에 감사 의뢰를 했다. 감사팀은 ‘김 관장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경과실이라 여겨진다’며 견책에 해당하는 경징계를 요구하는 징계의결을 요청했다. 지난 4월 인사위에 15건 가운데 3건만 상정된 채 징계처분심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인사위 심사에서 결과가 달라졌다. 인사위는 ‘경과실이라고 보기에 관리자로서 언행과 조직관리 능력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문제의 심각성과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처분을 했다. 정직은 중징계에 해당하는 징계 처분이다. 다만 김 관장은 징계 감경 사유에 해당하는 표창 수상 기록이 있어 징계가 감경돼 감봉 3개월에 그쳤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부당하다고 분개했다. 김 관장은 “징계는 처벌 효과를 위해서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행위를 정확하게 판단돼야 하는데 재단 인사팀은 기본적인 확인절차나 고충해소의 노력도 없이 감사를 의뢰했다”며 “부하직원의 근거 없는 민원과 일부 직원들의 막연한 진술에 의존해 요청한 징계사유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관장에 따르면 관장을 맡은 후 2년 동안 부하직원 A 씨와 업무로 갈등이 잦았고, A 씨를 포함한 다른 직원들의 박물관 업무가 늘 많았다. 김 관장은 업무적으로 지시를 하고 보고받는 위치에 있었기에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또 “나의 어떤 행동이 관리자로서 부적절하며 재단 대내외에 명예를 훼손했는지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징계 결과에 불신을 드러냈다. 또 인사위에 대해서도 “징계요구서에도 없고 감사 결과 허위 사실로 판명된 내용까지 추측해 집요하게 물어봤다”며 “인사위원들은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파면을 운운하는 등 감정적이고 강압적으로 압박해 인민재판을 받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징계 결과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재심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졌지만 같은 인사위원으로 진행된 징계 재심 결과는 같았다. 억울한 마음에 국민신문고에 하소연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문제가 발생한 경기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것뿐이었다. 이후 한국어린이박물관협회, 국제박물관협회 등 인사들은 ‘김 관장은 열악한 인력 조건에서도 직무 수행 능력과 지도력이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최소 인력 상황에서 노력과 열정으로 일을 하다 보니 직원과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모으기도 했다.
김 관장에 따르면 관장 직을 연임하려던 계획도 무산된 채 대기발령 상태다. 박물관의 관장직은 공석 상태로 재단 측에서 관장직 공모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김 관장은 ‘징계처분의 근거와 사유가 없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지난 5월 징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판결 전까지 관장직 공모를 미뤄달라는 취지로 가처분소송도 함께한 상태다. 김 관장은 “지난 20년간 박물관만을 생각하고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번 일로 그동안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졌고 남은 것은 불명예뿐이다”면서 “두 달째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인사팀에서 고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사위로 이첩돼 감사가 진행됐다”며 “미혼이 아닌 신혼생활을 하는 여성에게 임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을 했던 것은 증거는 없지만 당사자와 그 상황을 목격한 제3자까지 같은 주장을 해 사실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충 민원 15개 중에 세 가지는 성차별금지법이나 양성평등법에 위반되는 사항이 있을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사항으로 판단됐다. 외부에서 온 인사위원들이 징계의결을 하며 깜짝 놀랄 정도로 사안이 중대했다”며 “수사기관이 아니라 형사 고발조치는 따로 없이 징계로 마무리했지만 징계 기준표에 정확하게 맞춰 징계양정을 판단했고, 김 관장이 건전한 문화를 선도해야 할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초에는 재단 내에서 조창희 전 대표가 수시로 직원들을 상대로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하고 조직을 독단적으로 운영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조 전 대표는 사퇴한 바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