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시간당 45㎜ 폭우가 쏟아져 물에 잠긴 천안시 동남구 신방삼거리. 이 곳을 지나던 차들이 물에 잠겨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만 12대의 차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독자제공
천안시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4일 천안지역 평균강수량은 47.6㎜, 시간당 최고 강수량은 45㎜를 기록했다.
비가 집중된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 사이 이곳을 지나던 차량 12대가 침수됐다. 침수 피해를 입은 운전자들은 차량통행이 급증하는 퇴근 시간대에 이곳을 미쳐 빠져나가기 전 빠른 속도로 물이 차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 모 씨(32)는 “물이 차오르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빨리 지나가고 싶었지만, 차량이 많아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지나온 후 후사경으로 뒤차를 보니 빗물이 이미 타이어 위까지 차 있었다”고 말했다.
평균강수량 182.2㎜의 집중호우가 발생한 지난달 16일에도 이곳을 지나던 차량 2대가 삽시간 불어난 물에 잠기기도 했다.
심각한 도로 침수가 계속되자 이 지역의 주민들과 통행자들은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
신방삼거리 옆 쌍용자이아파트에 사는 임 모 씨(32)는 “이번에 비가 왔을 땐 30분 만에 허리 높이 넘어서까지 비가 왔다. 올해 폭우도 폭우지만 원래 이 도로는 물이 잘 안 빠진다. 작년에도 장대비가 내렸는데 물이 고였다. 고인 물에서 벌레들이 생겨 민원을 넣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1시간 만에 도로에 물이 그렇게 차는 게 말이 되냐”며 시에 조속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작 천안시의 관련 부서들은 신방삼거리의 침수 원인에 대해 각각 다른 분석을 내놓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방삼거리의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천안시 동남구청 도로관리팀은 “이번에는 갑작스런 폭우로 하천이 넘치며 도로의 빗물이 빠져나가질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하천이 범람하지 않던 곳”이라며 신방삼거리 옆 불당천이 범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방삼거리 옆 불당천을 소관하는 천안시 하천관리팀은 도로의 우수시설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천관리팀 관계자는 “이 도로는 우수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통수력이 낮다. 차량이 침수된 곳은 이 도로에서 레벨이 가장 낮은 구간으로 단면을 보면 U자형을 그리고 있다. 이 구간에는 우수시설이 몇 개 없다. 이번처럼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면 통수량이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도로에 물이 차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빗물이 모이는 구간에 우수시설이 부족하다보니 도로 침수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천안시 도로시설팀은 하천 범람을 이유로 들었다.
도로시설팀 관계자는 “이번에는 천재(天災)였다. 해당도로의 우수시설은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으며 도로에는 문제가 없다. 당시 시간당 50mm 가까운 비가 내려 본천인 천안천이 범람해 우수를 처리하지 못해 역류하며 다시 도로로 넘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이 차면 차가 들어가질 말아야지 왜 굳이 들어가서 침수를 당하는가. 당시 거기에 불법주차 돼 있던 트레일러가 피해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이곳을 지나간 차량들에 침수 피해의 책임을 미루기도 했다.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묻자 이 도로시설팀 관계자는 “지금은 정확한 답이 없다. 도로의 높이를 올리든 불당천의 우수 용량을 키우든 해야 한다. 소하천정비계획이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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