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재 정점식 화백. 사진=계명대
[대구=일요신문] 김성영기자 = 한국 추상미술계의 거목이자 계명대 미술대학 설립·발전에 크게 기여한 극재 정점식 화백(1917~2009)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계명대(총장 신일희)는 오는 16~24일 계명대 대명캠퍼스 극재미술관에서 고 정점식 교수로부터 기증받은 유화 작품 30여 점과 드로잉 작품 50여 점, 서적, 아카이브(방명록, 강의 노트 등) 300여 점을 가지고 기념전시회를 개최한다고 13일 밝혔다.
정 화백은 계명대 미술학과 창설과 함께 1983년 은퇴할 때까지 후학 양성에 힘 쏟았으며, 1994년에는 작품 40여 점을 학교에 기증해 대학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계명대에는 극재 정점식 화백의 흉상과 함께 극재미술관이 만들어졌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정 화백의 크로키 작품은 단순한 습작이 아니라 선묘로 조형된 하나의 작품으로써 면모를 보여준다. 크로키의 대상인 여체의 유려한 곡선미는 그의 회화작품 속에 녹여진 여체 형상과 비교하며 각자 독립된 세계이면서 유연한 선묘에서 회화적 필치를 맛볼 수 있다.
극재 정점식 화백 작품 ‘공간’ (1990년 작품, 캔버스에 유채, 137x104cm). 사진=계명대
18일 개막식에는 누리디도프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 이사장, 아미노프 우즈베키스탄 국립예술디자인대학교 총장, 신일희 계명대 총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정 화백의 장남인 정윤 씨가 참석해 인사말을 전할 예정이다.
계명대는 개막식과 함께 극재 주간 선포식도 가진다. 극재미술관 개관일인 10월 1일에 의미를 부여해 10월 첫째 주를 극재 주간으로 정하고 매년 다양한 전시회와 행사를 계획 중이다.
신일희 총장은 “정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추상화의 큰 기둥이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의 작품은 아직도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정 화백의 그리움도 달래고, 그를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고 정점식 화백은 1917년 경북 성주에서 출생, 1930년대 대구 근대 화단의 선배들을 통해 유화를 접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시립회화전문학교’에 다니면서 일본의 미술계를 경험했다.
2차 세계대전 끝자락에 전쟁을 피해 일자리를 찾아 하얼빈으로 갔다가 광복 후 대구로 돌아온 뒤 1983년 은퇴할 때까지 계명대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1950년대 이래 현재까지 구상전통이 강한 대구화단에서 묵묵히 추상작업을 해 온 모더니즘 화단의 선구자 역할을 해 왔다.
또 미술평론가로서 미술이론에도 밝아 ‘아트로포스의 가위(1981)’, ‘현실과 허상(1985)’, ‘선택의 지혜(1993)’,‘화가의 수적(2002)’등 총 4권의 에세이집을 집필하며, 개성적인 문장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2004 올해의 작가’로 뽑히기도 한 정 화백은 애장하고 있던 작품과 습작, 자료 등을 후학 양성에 보탬이 되고자 대학에 기증하는 등 평소 왕성한 작품 활동과 후학사랑 실천에 앞장서 오다 2009년 6월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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