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단연회 의연금 모금장부. 자료사진=대구시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김성영 기자 = 대구시는 유네스코 본부가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등재로 대구시는 지역 최초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일본의 경제주권 침탈에 대응해 나랏빚 1300만원을 갚기 위해 빈부귀천, 남녀노소, 도시농촌, 종교사상을 뛰어넘어 전 국민이 참여한 경제주권 회복운동이다.
지역적으로는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 최초의 시민운동이란 점, 국가적으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부문화 운동이자 여성·학생운동, 언론캠페인 운동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또 대외적으로도 국가 부채를 국민이 대신 갚고자 한 운동은 세계사적으로 유래가 전무하다는 점에서 독창성과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4~27일 열렸던 제13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도 국채보상운동이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에 대응해 가장 앞선 시기에 범국민기부운동을 바탕으로 나랏빚을 갚고자 한 국권수호운동이라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국채보상운동이 발생한 이후 중국·멕시코·베트남 등 타 국가에서 유사한 외채상환운동이 일어났다는 점도 강조됐다.
특히, 국채보상운동은 오늘날까지 그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경제 위기에 직면한 국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국채보상운동 정신은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전 국민이 참여한 ‘나라살리기 금 모으기 운동’으로 승화돼 경제난 조기 극복에 크게 기여해 전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대구시와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2015년 3월 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문희갑 전 대구시장,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신동학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를 구성한 이래, 발기문·취지문, 기부영수증, 언론 보도자료 등 2400여건에 달하는 국채보상운동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5년 9월 열린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대시민보고회. 사진=대구시
지역을 넘어 범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10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국회 토론회,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순회 전시회를 추진했으며, 국채보상운동의 의의를 학술적·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석·박사급 인력을 충원하고 국제학술대회 등을 개최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났던 위대한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대구시민주간’을 선포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앞으로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11월 중 대시민 보고회 및 비전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과 연계해 정부와 국채보상운동 정신의 세계화를 위한 밑그림도 본격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신동학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는 “권영진 시장님을 비롯해 250만 시민들이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 주셨기에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자랑스러운 대구DNA가 녹아있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세계화해 나가는 데 더욱 힘써 나가겠다”고밝혔다.
권영진 시장은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시민들이 대구시민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높아 나가길 희망한다”며 “앞으로 전세계인들과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함께 공유해 ’글로벌 문화도시 대구‘ 브랜드를 제고하는 데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영진 시장의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대시민 메시지’ 전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오늘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되었습니다.
우리 대구의 자랑스러운 정신을 다시금 되새기고,그 뜻을 세계로, 미래로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최종 등재가 결정될 때까지 2년여의 시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 해 주신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님과 신동학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드러내지 않고 열과 성을 다 해 끝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250만 대구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국채보상운동은 나라가 어려울 때 더욱 진가를 발휘했던 우리 시민정신의 표상입니다.
당시 우리 대구시민은 일제의 경제적 침략에 맞서 나라의 빚을 대신 갚고자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운동은 서울·북한 등 전국 방방곡곡으로 번졌고, 한반도를 넘어 미국·러시아 등 해외로 확산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세계사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습니다.
공간적으로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여러 국가들에게 외채상환운동의 효시가 되어 세계 근대사를 바꾸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시간적으로 1997년 한국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으로 승화되어 경제난 조기극복에 기여하였고, 그리스·스페인 등 유럽국가에서 새로운 경제회복모델로 주목받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유네스코 본부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세계사적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 현지시간으로 지난 30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오는 11월, 우리 시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시민들과 함께 해 왔던 긴 여정을 다시금 되새기고,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대시민 보고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공동체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일깨워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겠습니다. 아울러, 북한을 포함하여 국내·외 자료를 수집 보존하는 기록물 아카이브 구축도 본격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정책과 발 맞춰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세계화해 나가는 데도 역량을 모아 가겠습니다.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보전·계승하는 활동을 통해 변화와 개혁을 선도했던 대구시민의 혁신과 창조의 DNA를 전 세계에 알려나가겠습니다.
다시 한 번, 오늘 이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 까지 모든 뜻과 마음을 한 데 모아 주신 대구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대구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대구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