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에 차 진입을 막는 철제 볼라드가 뽑혀 나뒹굴고 있다. 멀리에는 자전거 도로 옆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아산=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20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시 아산대교 밑. 곡교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시민들이 꽤 보였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자전거 도로를 가로질러 곡교천 바로 옆에 자리를 잡은 차들이 늘어서 있고 그 옆에는 낚시꾼들이 낚시에 여념이 없다.
차량 옆에 아예 텐트를 치고 취사 중인 먹는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띈다. 자전거 도로 옆에는 낚시도구와 술병, 음식을 담은 용기 등이 수북이 쌓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전거 도로에 난입한 차량 때문에 자전거가 잠시 멈추는 모습도 발견된다.
차량들의 진입 경로를 따라 가보니 자전거도로의 차량 진입을 막는 철제 경계봉(볼라드)이 뿌리째 뽑혀 길 가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볼라드가 제거된 자전거 도로 입구는 차가 들어올 만큼 넓었다.
곡교천 야영장 근처는 정도가 더 심각했다. 야영장 옆에 설치된 족구장에는 가장자리를 가로질러 억지로 생긴 것 같은 차도가 나있다. 차량 진입을 막는 철제 볼라드나 경계석 등은 보이지 않았다.
그 길을 따라가 보니 곡교천 바로 옆에 세워진 차와 낚시를 하는 시민이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나있는 산책로에는 자동차의 바퀴자국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으며 도로 끝은 차량의 통행 탓인지 부서져 있었다.
자전거 도로에 그나마 온전히 서 있는 볼라드에는 잠금장치가 없어 쉽게 뽑혔다.
아산시민들의 명소로 손꼽히는 충남 아산시의 곡교천 자전거도로가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과 지자체의 관리소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곡교천 자전거 도로는 지난 2009년 총사업비 204억 원이 투입된 곡교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곡교천은 지난해 자전거 대여소의 주말 자전거 대여 수가 800대를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낚시꾼들이 편의를 위해 볼라드를 훼손하고 자전거 도로를 가로질러 자동차를 천변까지 끌고 가는 통에 자전거 도로는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볼라드 등 공공기물을 파손할 경우 형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곡교천을 자주 찾고 있다는 한 시민은 “주말엔 곡교천에 자전거 타러 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자전거도로를 넘나드는 차들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관리를 맡고 있는 아산시는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아산시 도로과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볼라드를 뽑아버리고 차량이 들어간다는 것은 파악하고 있다. 민원도 가끔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인력 등의 문제로 자주 단속을 돌아볼 상황은 아니다. 잠금장치를 해도 그것을 다 부수고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능한 인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