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의 다양한 연령층 총 20명의 여전사로 구성된 대구남구사도닉스.
[일요신문] “축구 훈련 받다보면 무릎이 까지고 군데군데 멍드는 건 일상이죠. 태클하다가 허벅지에 화상도 입고 가끔 발톱도 빠지고...학교 마치자마자 바로 훈련받고 밤늦게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 마냥 그냥 쓰러져 자요. 그렇지만 학교 시험기간에도 훈련 다 받으면서 공부했어요. 저 하나가 훈련 빠지면 그 시간만큼 팀 전체가 손해보거든요.”
남자 축구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성, 그것도 대구에서 어엿이 대학원을 다니는 앳땐 20대 여대생이다. 그녀의 취미는 축구. 그러나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 4회, 2시간 이상씩 운동장에서 훈련을 받는다. 시합을 앞둔 날에는 주 6회로 강행군도 거친다. 이 정도면 선수라고 칭할만 한데 엘리트가 아닌 생활축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소속은 대구남구사도닉스 여성축구단이다.
대구남구사도닉스 여성축구단이 지난달 21~22일 강원도 인제시에서 열린 ‘제17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생활체육 전국 여성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사도닉스는 지난 4월에 열린 여성가족부장관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 이번 문체부장관기를 포함하면 2관왕이다. 2010년 1월 창단한 대구 남구의 유일한 여성축구단인 사도닉스는 전국 출전이 올해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해 여자 축구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전국을 제패한 것이다.
늦은밤 사도닉스 선수들이 남구구민체육광장 운동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특히 사도닉스는 선수출신이 아닌 일반인들로만 구성돼 있다. 전국여성축구대회의 경우 1종 선수로 등록된 선수출신을 팀마다 2명씩 투입할 수 있다. 단 2명의 선수로 인해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도닉스는 놀라운 경기 장악력으로 전국의 쟁쟁한 여성축구팀을 격파했다. 문체부장관기 전국여성축구대회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울산 동구를 만난 사도닉스는 2:2 동점 끝에 승부차기로 4:3으로 승부를 갈라 ‘기적같은 축구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덕에 동점점을 넣은 선수는 베스트골상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공을 넣은 선수는 MVP상을 차지했다. 내년 대회의 1부 리그 자동 출전권은 덤이다.
선수들은 감독과 코치의 체계적이고 열성어린 훈련을 통해 이같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옥진호(45) 코치는 우승의 비결을 팀의 단합과 우승에 대한 열정 그리고 감독의 체계적인 훈련에 있다고 밝혔다. 옥 코치는 “사실 처음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동네 여성 축구단이었다. 대학생부터 아줌마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공을 찼다. 재미있게 공도 차고 살도 빼고 싶어서 온 학생도 있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런 와중에 몇년 전 감독님이 들어오시면서 오합지졸을 끼워 맞췄고 개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그때부터 경기마다 이기니까 다들 더 재미를 붙이게 된거 같다. 공부하고 오는 학생부터 남편과 자녀 저녁밥 챙겨주고 운동장으로 달려오는 아줌마들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힘든 훈련 다 받아낸 게 우승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땀은 연습되지 않는다. 그러나 땀은 배신하지 않으며 그 무게를 몸은 정확히 기억한다. 감독과 코치를 비롯해 20명의 사도닉스 여전사들은 이미 이번달 대전시에서 개최되는 전국여성축구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도닉스를 고요한 승리자로 이끌었던 감독은 전 경기에서 받은 감독상을 일찌감치 머릿속에서 지웠다. 올해 마지막 전국 경기를 기필코 우승하겠다는 각오만 남아있었다.
강영호(49) 감독은 “다들 생업이 있는 여성이고 선수출신 하나 없지만 그 어떤 팀보다 열성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협동심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아프면 너나할것 없이 죽들고 찾아가 간병해 줄 정도로 서로를 챙겨준다.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나도 놀랄 정도로 사도닉스는 협동심과 의리로 똘똘 뭉쳐있다. 소수의 스타플레이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팀보다 강력한 조직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남구사도닉스가 지난달 22일 제17회 문체부장관기 생활체육 전국여성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실 사도닉스는 외부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8개 구·군 중 남구, 동구, 서구, 달서구, 수성구 5개 구에서만 여자축구가 운영 중이다. 그중 남구를 제외한 각 구에서는 대회비와 교통비 등의 지원이 주어지지만 남구의 경우에는 구청으로부터 운동장 대관료를 50% 할인 받는 것 외에는 외부 지원 없이 자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선수들은 오히려 열악한 외부환경과 더불어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생업과 축구를 병행하는 것이 사도닉스를 더욱 간절하고 강하게 단련했다고 입을 모았다.
남구청 관계자는 “남구사도닉스의 경우 현재 구 차원의 지원이 운동장 대관료 할인과 여성축구에 관련된 강좌 개설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지역 여성축구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여성축구가 저조한 가운데 대구 남구사도닉스에서 전국대회서 2회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려 놀랍다. 앞으로 출전보조비와 유니폼 등 기본적인 부분에 대한 제공을 고려할 계획이며 여성축구대회를 당일대회에서 1박2일로 경기 규모와 인원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도닉스의 올해 목표는 전국대회 3관왕이다. 지난달 전국대회를 마치고 쉴틈 없이 이번달 전국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송정화(여·31) 주장은 “여성이다보니 서로 배려하고 소통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본다. 매 경기마다 공을 주고받으며 공격수를 도와 한마음 한뜻으로 골을 터뜨렸다. 다가오는 대회에서도 모든 잡념을 다 태우고 오로지 이기겠다는 정신과 마음으로 임해서 반드시 대구시와 남구를 빛낼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생활축구본부 대구 남구축구협회 소속인 대구남구사도닉스는 2010년 1월1일 창단한 이후 20~40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총 20명의 여성들로 구성돼 있으며 강영호 감독과 옥진호 코치가 팀을 이끌고 있다.
대구=남경원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