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류의 입자로 만든 5가지 원통형 구조
[울산=일요신문] 송희숙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은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의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Bartosz Grzybowski)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이 자연계와 비슷한 환경에서 원통형 입자 조립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구심력을 이용해 입자를 손쉽게 조절하는 동적 자기조립 방식을 고안했다.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2종류의 입자로 구성된 구조도 만들었다.
원통형 입자 조립은 한 축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는 원기둥 모양이다. 자연계에서는 솔방울, 식물 줄기, 물고기 비늘 등이 축을 대칭삼아 원통형으로 형성된다.
실험실에서 입자를 조립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부 힘없이도 내부 물질끼리 정렬해 구조화하는 자기조립(self-assembly)과 외부 힘이 가해지는 비평형 상태에서 자기조립을 하는 동적 자기조립이 있다.
기존에 다른 실험실에서는 원통형 구조를 만들 때 자기조립 방식을 이용했다. 입자들 고유의 물성에 따라 끌어당기는 힘을 계산해 설계했다. 다양한 방식이 제안됐지만 원통형 구조를 효율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기가 힘들었다. 복잡하게 얽힌 입자 간 인력 조절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동적 자기조립 방식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다. 자기조립은 정적인 평형 상태인데 반해 동적 자기조립은 평형을 벗어난 상태에서 이뤄진다. 자기조립을 촉발하는 요인이 외부에 있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왼쪽부터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 교신저자/ 이태훈 연구원, 제1저자/ 콘래드 지진스키 연구위원, 제 2저자
이번 연구를 이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동적 자기조립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Nature, 2000)한 연구자로 자기장, 빛 등 다양한 요인으로 자기조립이 발생하는 체계를 연구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구심력을 이용해 입자들을 원통 형태로 자기 조립했다. 연구진은 가느다란 원통에 1.5mm 크기의 입자와 이 입자보다 무거운 액체를 넣고 회전시켰다.
회전하는 힘(구심력)이 물체가 떠오르는 힘(부력)보다 커지자 입자들이 축에 모이며 다양한 원통형 구조가 형성됐다. 회전하는 원통 속 가벼운 물질은 안쪽에, 무거운 물질이 바깥쪽에 몰리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입자들의 농도를 달리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5가지 종류의 구조를 얻을 수 있었다. 회전 가속도에 따라 한 구조에서 다른 구조로 변경 가능하고, 원통을 기울이면 나선 방향의 구조를 조절할 수 있다. 부력으로 인해 위쪽에 모여 있던 입자들이 아래로만 뻗어 나가면서 나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2종류의 입자로 구성된 원통형 구조를 만들었다. 가벼운 입자가 중심축으로, 무거운 입자가 바깥으로 몰리는 것을 이용해 기존에는 구현할 수 없었던 구조를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동적 자기조립 방식을 이용해 변형가능하고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 기존의 방식과 달리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만드는 원통형 구조를 제시해 앞으로 입자 조립 기술을 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박테리아, 단세포 생물 등 자연계의 생명체를 모방한 조립 기술의 등장도 기대된다.
제1저자인 이태훈 연구원은 “원통형 구조는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구조다. 이번 연구로 비평형 상태에서 복잡다양하게 조립․변화하는 생명활동을 이해하는데 한 발짝 다가섰다”며 “1~10 마이크로미터(μm) 크기의 입자가 응용성이 큰 만큼 매우 미세한 입자의 조립도 성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11월 8일 재료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IF=19.791)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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