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이 이뤄진 평양역에서 석현과 꽃분이 70년 만에 재회하고 있다(‘아리랑연가’ 공연中)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6·25 전쟁으로 생이별을 했던 신혼부부 석현과 꽃분이 평양역에서 마주친다. 수많은 세월이 할퀴고 지난 주름 가득한 모습이지만 서로는 한눈에 알아본다. 70년 만에 약속한 재회가 이뤄진 순간 관객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평양역에서 수많은 이산가족이 한반도의 새시대를 노래하며 평화통일을 이룩한 新대한민국을 선포한다. 전쟁으로 갈라진 사랑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을 노래한 창작국악뮤지컬 ‘아리랑연가’가 막을 내리자 객석에서는 박수소리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평화통일’이라는 관심 소재와 더불어 ‘국악’과 ‘뮤지컬’의 독특한 콜라보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리랑연가’ 제작감독 임동원(35)씨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 뮤지컬+국악 독특한 콜라보 ‘아리랑연가’
대구에서 뮤지컬과 국악의 협업은 극히 드문 장르이다. 기존에 녹음된 음원에 합을 맞춰 연기를 하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직접 편성한 국악의 라이브 연주에 따라 연기자들이 합을 맞춰 극을 선보인 ‘아리랑연가’는 대극장에서는 첫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전석 매진되면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같은 무대가 탄생했다고 봅니다.” 임동원 제작감독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아리랑연가’의 첫 출발은 2015년 10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의 전통악기로 평화의 선율을 들려주고 싶었던 임 감독은 ‘아리랑에 사랑싣고’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남·북의 피리, 개량대피리, 거문고, 해금 등을 주력으로 현대음악을 모티브로 한 이같은 작품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규모가 커졌다. “소극장은 장소 자체가 너무 협소하다보니 연기자와 연주자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연주 없이 녹음만 들려주고 연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꿈을 키워 한번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했어요.”
도전은 원래 쉽지 않다. 그러나 ‘아리랑연가’의 대극장공연 도전에는 현실적인 벽이 너무나 컸다. 대구문화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으로는 턱도 없었다. 음악 제작에만 5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장소 대관 200만 원에 무대 설치와 연기 소품만 포함해도 1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거기다가 50여 명이 넘는 출연진들도 있다. “뮤지컬극단 대표님과 작가님, 음악감독님, 연기자들과 연주자들, 스텝들까지 ‘하면 다되오’라는 일념 하나로 우선 저질렀는데...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못할 걸 했어요(웃음). 너무나 많은 부분들을 겁 없이 추진했거든요. 서울 왔다 갔다 하면서 밤새가며 공연 전날까지 음악 만들고 무대감독 비용이 없어 자체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직접 다 손봐야 되고...” 임 감독의 이같은 도전을 계기로 ‘LB 모던국악밴드’는 대구·경북권 내에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 피리 부는 사나이 “도전은 계속된다”
임동원 모던국악밴드 ‘LB’ 대표
# 소리의 향이 번지다 ‘향국악단’
“우리 음악이 국악으로만 불리는 게 아쉬워요. 우리 음악에도 클래식이 있고 재즈가 있어요. 맥을 잇는 입장에서 대중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지 따라가는 연주자가 아니라 예술인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나무 한 그루씩 꾹꾹 눌러 심는 심정으로 임하고 있어요.” 임동원 감독은 매주 토요일 대구 남구 대명아트홀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연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대구시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 임 감독은 3년째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아동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향국악단’의 공연은 일반적인 학예발표회 수준을 벗어난다. “학생들이 잠깐 배우고 쳐내기 식의 그저 스쳐가는 공연이 아니라 뇌리에 박히고 가슴에 꽂히는 공연을 치르게끔 해요. 악기를 다루는 자세와 정신, 연주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도 우리나라 전통의 소리에 깃든 ‘얼’을 심고자 합니다.” 학생들은 ▲취타대 ▲가야금병창 ▲국악관현악 ▲난타 등 전문국악교육을 통해 지역 문화행사와 각종 연주회에 나서고 있다. 소리의 향을 번지다라는 뜻으로 결성된 향(香)국악단에는 현재까지 총 86명의 초·중·고교생들과 성인들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 2월 정기연주회도 앞두고 있다.
‘소리의 향이 번지다’ 임동원 씨를 중심으로 총 86명의 초·중·고교생들과 성인들로 구성된 ‘향(香)국악단’
한편 임동원 씨는 경북대학교 국악학과를 졸업하고 경대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전수자인 그는 모던국악밴드 ‘LB’ 대표이기도 하다. 2008년 대구·경북권에서 최초로 북한계량대피리 독주회를 열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2012년 대구문화재단에서 신진예술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주자이자 무대감독, 지휘자로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창작국악뮤지컬 아리랑에 사랑 싣고 ▲아리랑연가 ▲망주석재판 등 뮤지컬과 국악의 이색적인 콜라보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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