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9층에서 뛰어내리려던 시민을 구하려다 추락해 숨진 고(故) 정연호(40) 경위의 영결식이 지난달 24일 오전 대구수성경찰서에서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 엄수됐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사진=대구지방경찰청 제공>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나는 경찰관이 너무 좋아, 갔다 올게 여보.” 시민의 자살을 막으려다가 아파트 아래로 떨어져 숨진 정연호 경위가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2006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고(故) 정 경위. 올해 초 수성경찰서 범어지구대에 부임한 그는 사고가 나기 하루 전 도주하던 보이스피싱범을 고등학생들과 추격 검거해 언론도 보도되기도 했다.
“이제는 사랑하는 아들과 캠핑도 갈 수 없고, 유치원에 데리러 갈 수도 없고, 함께 놀아 줄 수도 없는 연호야. 어떻게 너 혼자 먼 하늘나라로 가느냐...엄숙하고 거룩한 사명 앞에 순결한 청춘의 피를 뿌린 연호야! 우리는 강산과 역사 앞에 널 영원히 기억하겠다.”
정 경위의 동료였던 범어지구대 배민중 경사는 울먹이며 고별사를 말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아내 역시 6살짜리 아들을 꼭 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들을 저 세상으로 정 경위 어머니가 오열하자 영결식 참석자들의 가슴은 더 먹먹해졌다.
지난 24일 오전 8시30분께 대구수성경찰서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 정연호 경위의 영결식이 대구지방경찰청 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경찰관, 지역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해 엄숙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부겸 행안부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윤재옥 국회의원, 주호영 국회의원, 이재용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이진훈 수성구청장 등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김부경 행안부장관은 정 경위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시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훌륭한 경찰관을 잃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준섭 대구지방경찰청장은 “당신은 자신의 안전보다는 시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참 경찰관이며 당신이 염원했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이제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다. 자랑스럽고 당당한 경찰이 되기 위해 당신의 희생과 헌신·용기를 결코 잊지 않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은 정 경위가 시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행동에 나서다 희생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영결식을 마친 정 경위의 유해는 대구명복공원에서 화장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고 정영호 경위는 지난 21일 오후 8시11분께 대구 시내의 한 아파트 9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당시 정 경사는 A(30)씨의 부모로부터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번개탄으로 자살을 시도하려던 A씨는 출동한 정 경사와 부모와 함께 상담을 하던 중 갑자기 다른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창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정 경사는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아파트 외벽 창문으로 진입하려는 도중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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