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거리노숙인은 126~130여 명, <일요신문>이 이호준(58) 대구노숙인지원센터장을 만나 지역 내 노숙인에 대해 들어봤다.
이호준 대구노숙인지원센터장.
“(노숙인들에 대해) 더럽다, 추접다가 아닙니다. 거리 노숙인들도 대구의 시민이며 우리의 이웃이고 가족입니다. 일반인들의 실직과는 다릅니다. 이분들은 업종자체가 3D 바닥업종이예요. 열악한 직업환경에서 실직이 되니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호준 대구노숙인지원센터장은 노숙인에 대한 편견부터 깨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켠에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20대도 보인다. 추위를 피해 센터를 찾아온 노숙인들이었다. 흔히 노숙인이라 연상되는 헝클어진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꾀죄죄한 땟자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분들 여기저기서 쫓겨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마다 참 안타깝죠. 치움의 대상으로만 봐선 안 되는데... 접근방법부터 달라야 합니다.” 우선 센터에서는 노숙인을 발견하면 상담부터 한다. 이른바 ‘라포(rapport)형성’ 마음 열기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도 없고 거처할 곳이 없을 경우에는 센터 내 응급잠자리를 제공한다. 동절기에는 4달, 평소에는 한 달에 최대 20일까지 이용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숙인들이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웃리치팀이 거리를 방황하는 할머니와 대화를 하고 있다.
밖에서 지내다보니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병을 달고 사는 경우도 많다. 센터는 지속적으로 거리 노숙인을 만나 친분을 쌓으며 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10월 센터의 연계로 경대병원 피부과에서 입술병변제거술을 받은 노숙인의 경우 10년간 동성로에서 구걸을 하며 지냈다. 입술에 혹을 달고 다니면서 대인기피증이 생긴 것도 노숙을 부추겼다. 센터의 최초 상담자로 알려진 또 다른 노숙인은 알콜성 간경화로 대구희망진료소의 의료지원을 통해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다시 거리로 나가면서 진료가 끊겼다가 센터의 설득으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는데 간암이 발견돼 현재 치료 중이다.
“노숙들인 중에서 대화가 되는 분들은 복지적인 시혜를 보도록 해줍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이미지에 각인된 노숙인처럼 안씻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분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분들이 많아요. 여기에 대해 정신보건전문가 등을 통한 집중 관리에 필요한데 그 부분이 현재 가장 어렵습니다.” 당장의 의식주도 급하지만 정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는 것이다.
실제 노숙인들의 대부분은 마음의 상처가 크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거리로 나가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동기유발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구의 경우 타지역보다 노숙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헤쳐나갈것은 많습니다. 노숙인자활 시설이 총 5군데 있는데 늘 자리가 3~4군데 비어있습니다. 왜 노숙인들이 이곳을 찾지 않는가를 고민할 시점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노숙인을 대한 여러가지 시책으로 노숙인을 1년만에 2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쫓아내야할 노숙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시민이라는 입장에서 접근한 시책들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정신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를 파견해 서울역 앞에서 상담을 하는 한편 협소하지만 샤워·휴게시설을 만들어 청결을 유지하게 한다. 옷나눔 행사를 통해 옷도 늘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노숙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도 감소했다.
특히 지하공간 한켠 샌드위치 판넬로 된 가건물에는 노숙인들이 언제든지 종이백을 접을 수 있게 조성돼 있다. 지역업체들과 연계해 종이백을 접어오면 얼마간의 돈을 주는 것이다. 담배나 술을 사려는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종이백을 접으면서 자활의 의지도 기르게 된다.
아예 개인 사생활이 보장되는 쪽방과 고시원 등 1000여명의 거주지도 마련돼 있다. 노숙인들의 시각에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과 대구의 거리노숙인 수는 비슷하다. 그러나 노숙인을 위한 인력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며 예산의 차이도 크다. 노숙인이 시민이라는 지자체의 인식부터 개선되야 될 대목이다.
대구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끼니를 해결하려 온 노숙인들.
“가장 힘들때는 지원해주고 있던 노숙들이 다시 알콜에 빠져 원위치 됐을 때 인거 같아요. 명절때에 이분들은 밥도 못 드시는 경우도 많고...미리 라면이라도 드려서 배 안 곪게 해드리지만 한계가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이라고 봅니다.”
한편, 이호준 대구노숙인지원센터장은 개인사업을 하던 중 한 불교재단의 스님의 권유로 봉사활동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노숙인상담소를 처음으로 열고 이후 1년만에 쪽방상담소를 같이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구노숙인지원센터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복지서비스를 알려주며 상담을 진행하는 아웃리치 활동과 더불어 노숙생활을 청산할수 있도록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센터를 통해 발굴한 노숙인에게 월세지원을 기본으로 하는 임시주거비지원사업으로 주거사업을 안정시키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새희망고용지원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대구쪽방상담소와 곽병원 등과 연계해 노숙인을 위한 희망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기업이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료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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