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인주면 어업계원들과 마을 주민들이 현대차 아산공장 앞에서 책임자 면담을 요구하며 대치하고 있다.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천안=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연결된 배수관에서 기름이 유출된 사고와 관련, 조사권자인 아산시가 사고 발생 일주일이 넘도록 진상조사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도리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차에 자체 조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산시는 사측과 주민 간의 갈등 봉합에만 급급해 있다.(본보 1월25일자 ‘기름은 흘렀지만 책임은 없다는 현대차, 조사 미루는 아산시’)
# ‘기름 유출’ 현대차에 조사 떠넘겨…‘직무유기’ 비난
25일 아산시와 아산시 인주면 어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아산시는 현대차에 원인 조사를 맡겼다. 공장이 크고 복잡해 시 자체 인력으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창덕 환경보전과장은 “사고 당시 방제작업을 끝으로 유출이 안됐다. 현대차 공장의 일부 우수관로에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담당공무원이 2차례 공장에 들어갔지만 워낙 공장이 크다보니 원인을 찾지 못했다. 전문 탐사업체에 맡겨야하는데 예산 투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18일 “자체 조사 결과,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없다”는 뜻을 피해 어민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환경보전법 68조와 74조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권한을 위임받은 아산시장이 이번 기름 유출 사고를 조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시는 예산, 역량 등을 이유로 조사를 현대차에 떠넘긴 것이다.
시민단체와 피해 어민들은 아산시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서상옥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관리, 감독의 권한은 시에 있다. 조사를 당사자인 현대에 맡긴 것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당연히 객관적인 조사가 나올 수 없다. 행정, 전문가, 마을 주민, 필요하다면 시민단체까지 함께 해 공정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아산시는 기름 유출 사고(16일 추정)가 발생한지 열흘 가까이 조사에 착수하지도 못한 것이다. 보다못한 피해 어민들은 십시일반 돈을 걷어 시민단체를 통해 전문 기관에 유출된 기름의 성분분석을 맡겼다.
# 갈등 봉합에만 급급한 아산시
이런 가운데 시는 사고 원인 조사보다 현대차와 마을 주민 간의 갈등 봉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이창규 아산시 부시장은 현대차 아산공장 이상훈 공장장을 만나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피해 어민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피해 어민과 협상하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아산시 환경지도팀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원인규명이 불명확 하더라도 배수로를 주로 사용하는 현대차의 관리자적인 측면에서 책임을 갖고 협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해 어민에 대한 체계적 보상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위해선 갈등 조정에 앞서 책임있는 조사 협조를 요구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히려 이런 갈등을 촉발한 것은 아산시의 초기 대응 미흡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피해 어민은 “지역의 환경문제가 발생했으면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선 작업 아닌가. 이번 사태의 상당 부분은 아산시의 책임”이라며 “현대차는 지금 증거를 은폐하고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 처음 조사를 했을 때 시청 담당자가 분명히 해줬으면 되는데 시는 입증 책임도 현대차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창덕 과장은 “현대차 우수관망도를 확보했다. 주민들과 현대차의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민관 합동 조사팀을 만들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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