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단체, “달성군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무참히 망가지고 있다”
지난 13일 화원동산 하식애 앞으로 철제파일을 박아 탐방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일요신문] 안대식 기자 = ‘화원유원지(대구시 달성군) 탐방로 조성사업’과 관련, 지역 환경단체가 “2000만년 전의 고대자연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라며, 공사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업은 대구 달성군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는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화원동산의 하식애(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생기는 절벽 지형)의 생태와 경관을 망치는 탐방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이 모든 행위에 대해 달성군민과 대구시민 앞에 사죄할 것을 외쳤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대구에서 2000만년 전의 고대자연, 이른바 숨은 생태계를 간직한, 원시적 자연식생이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곳인 화원동산 하식애가 달성군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무참히 망가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화원동산의 하식애는 희귀 야생식물자원 보존 창고로 모감주나무, 쉬나무, 팽나무, 참느릅나무, 참산부추 등 인공으로 식재하지 않는 ‘잠재자연식생’ 자원의 보고다. 특히 모감주나무군락은 너무 유명한데 산림청은 모감주나무를 희귀식물군 중 취약종으로 분류 ‘지정보호 대상 115호’로 보호하고 있을 정도다”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이런 희귀 야생식물자원 보존 창고에 달성군이 이 일대의 생태와는 완전히 이질적인 왕벚나무, 산수유나무, 개나리 등의 조경수를 심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경수들은 이곳의 숨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도 모자라, 그 행위로 말미암아 하식애 일부가 붕괴되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고사한 조경수들이 도열해 있다. 사진제공=대구환경운동연합
단체는 식물사회학자 김종원 교수(계명대 생명과학과)의 말을 인용하며, “매우 건조하고 척박한 빈혈상태의 독특한 생태계다. 이런 곳에 영양분(비옥한 토양)의 공급은 서식처 조건을 교란하는 직접적인 최대 원인으로 현재 왕벚나무 등의 조경수를 식재한 사태는 책임자 처벌이 요구되는 엄중한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조경수들이 심겨진 곳은 모감주나무군락의 바로 아래 부분으로 이는 모감주나무나무군락은 물론 하식애 생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조경수의 식재는 이 척박한 생태환경에 토양의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영양분 공급이 이루어지게 하고, 이는 생태교란 식물인 가시박 번성의 원인으로까지 작용해 가시박이 하식애를 완전히 뒤덮게 하는 2차 피해까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달성군의 무지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단체는 “조경수를 심었으면 관리라도 잘 할 것이지, 관리가 전혀 안돼 식재한 백여 그루가 넘어 보이는 조경수는 현재 거의 고사한 상태다. 한 그루 식재할 때마다 지주목까지 다 세워둔 상태로 그대로 방치돼 있다. 엄청난 세금낭비가 아닐 수 없다”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원동산 하식애는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에서 병으로 수양중인 세자를 문병하기 위해 이곳에 들러 행궁을 두어 유상하였던 곳으로 상화대(賞花臺)라 불릴 정도로 역사성까지 겸비한 자연문화유산이다”라고 덧붙이며, “이러한 자연문화유산을 엉터리로 관리한 것도 모자라 그 아래로 국민혈세 100억원이나 들여 인공구조물인 탐방로까지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으니, 달성군이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달성군이 자연과 문화와 역사에 대해 눈꼽만큼의 의식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달성군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낙동강변 다목적도로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100억원을 들여 ‘화원유원지 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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