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지난 해 대구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으로 부터 안경원 폐수 배출 문제를 지적받았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관리대책을 내놓기로 약속했지만 환경부는 최근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대구안실련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안경렌즈를 깍을 때 나오는 폐수와 슬러지의 중금속 등 발암성 물질이 하수관을 통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는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의 실태조사를 받아들여 환경부가 안경원 실태조사에 나서고도 결과 발표를 하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안실련은 지난 해 8월 안경원의 안경렌즈 연마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슬러지가 하수관을 통해 그대로 버려지고 있는 실태를 공개했다. 당시 폐수 분석 결과 특정 유해물질과 발암성(의심) 물질, 중금속인 구리 등 수질오염에 치명적인 물질들이 검출됐다.
대구안실련은 정부차원의 전국적인 안경원 실태조사와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며, 환경부가 이를 받아들여 지난 해 10월 대구를 비롯한 세종시, 수도권 등 20곳에 대한 안경원 렌즈 연마폐수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요구에도 환경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안실련은 “국민의 알권리와 환경오염을 방치하겠다는 환경부 입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21일 대구안실련이 환경부 조사를 근거로 밝힌 안경원 렌즈 연마폐수 조사결과를 보면, 대구시 5곳, 세종시 3곳, 수도권 12곳 등 총 20곳의 안경원 에서 특정 수질유해물질 총 29개 항목 중 시안, 비소, 셀레늄, 납, 구리, 디클로로메탄, 클로로포름, 1.2 디클로로 에탄, 포름알데히드 나프탈렌, 페놀,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등 모두 12종의 특정 수질 유해물질이 다양하게 검출됐다.
특히, 페놀의 경우 배출 허용기준 초과 안경원이 4곳이었으며, 그 중 1곳은 기준치의 10배 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 물질인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이 허용기준 9배 초과한 안경원도 1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안실련은 “현행 안경원 렌즈 연마 폐수는 수질,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질오염원으로 분류됐으나, 공공하수처리시설에 유입하면 기타 수질오염원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이런 특정 수질유해물질은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 불가능한 물질로 사실상 처리되지 않고 방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발생되는 매립 슬러지에 페놀 등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고 있는 원인도 안경렌즈 연마폐수와의 관련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기준치의 3~257배, SS(부유물질)은 기준치 3~1000배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안실련은 “조사대상 20개 안경원 중 16개 지역에서 배출 허용기준 대비 3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공공 하수처리시설이 없는 지역의 안경원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연마 시 발생되는 폐수와 함께 방류되고 있는 슬러지는 하수관 표면에 달라붙어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하수관로를 막힘 현상이 일어나고 하수관 내부의 퇴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경렌즈 연마 시 발생되는 슬러지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볼 수 있다”며 “이것이 하수종말처리시설을 거쳐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양 생태를 오염시키는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경렌즈 연마 전·후 무게 측정 결과. 연마 전 21g (좌), 연마 후 5g (우) 76% 감소. 사진=대구안실련
대구안실련이 이날 자체조사로 밝힌 안경렌즈 연마 전·후 무게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A 제품의 경우 연마 전 21g에서 연마 후 5g, B제품의 경우 연마 전 18g에서 연마 후 6g으로 67~76% 정도의 슬러지가 폐수와 함께 섞여 미세 플라스틱으로 하수관로를 통해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가 5mm 이하인 것을 미세 플라스틱이라 하고, 마이크로비드는 크기가 1mm 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대구안실련은 “안경원 환경문제는 대구·경북뿐만 아닌 전국적인 문제로 환경당국이 안경원 환경오염을 방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환경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조속히 발표하고, 규제 법률안과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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