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박인규 회장은 대구은행 창사 이래 최악의 흑역사를 만든 장본인이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사진=일요신문 DB)
대구경실련 등 지역 5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 구속 및 부패청산 시민대책위원회가 박인규 DGB금융지주회장직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26일 성명을 내고 “박 회장은 지난 23일 열린 DG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은행장직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상반기 중에 거취표명을 하겠다’는 유보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다. 하지만 DGB금융지주 회장직은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했다”라며, 이는 “전면적인 퇴진 및 부패청산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초래한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무책임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단체는 “불법 비자금 조성 등의 비리, 막장인사, 주주총회에서 보인 박인규 회장의 태도 등으로 보면 대구은행장직 사임은 대구은행 내외부의 퇴진 요구, 검찰의 수사 등을 무디게 하려는 진정성이 결여된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불법 비자금 조성·횡령에 가담한 공범자들을 대거 승진시킨 막장인사로 구축한 이른바 친정체제와 자신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이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 DGB금융지주는 물론 대구은행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또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 횡령하고 3년간 30여 건에 이르는 채용비리를 조직적으로 자행한 박인규 회장은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뱅크’를 지향하는 대구은행의 위상과 신뢰,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최고경영자이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불법 비자금, 채용비리로 수십 명의 직원을 범법자로 만들고, 막장인사로 조직내부의 불신과 갈등, 혼란을 조성한 나쁜 상사로, 대부분의 직원들이 불신하고 물러나기를 원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DGB금융지주, 대구은행 이사회을 싸잡아 맹비난했는데, “이들(DGB금융지주, 대구은행 이사회)은 박인규 회장을 징계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법 비자금 사건의 공범들을 대거 승진시키는 막장인사를 그대로 승인하는 등 거수기와 같은 역할에 머물렀다”며, “이 때문인지 박 회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주총회에서 상당수의 이사들이 재선임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거나, 이사회에서 해임하지 않으면 이사회는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고 염려했다.
단체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비리와 독단, 특혜와 유착으로 유지돼 온 ‘박인규 회장 체제’를 해체하고 그 체제에서 비롯된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회장직 즉각 퇴진’과 ‘박인규 회장 비호자들의 DGB금융지주 이사직 퇴진’, ‘DGB금융지주·대구은행 불법 비자금·채용비리 가담자 엄중 문책’ 등을 단체는 요구했다.
한편, 박인규 회장은 지난 23일 대구은행 제2본점(대구 북구)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여러 사안들로 지역 사회와 주주,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지배구조 개선 및 새로운 도약과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그룹 회장직은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단계적으로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겠다“라며 입장을 내놓았다.
박 회장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 자금으로 백화점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3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와 은행 직원 채용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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