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덕 강축해안도로변 해맞이공원 뒤편에 자리한 풍력발전단지. 총 24기의 풍차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 ||
영덕 강구항에서 축산항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동해안 드라이브코스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곳이다. 7번 국도에서 내려선 후 918번 지방도를 따라 울진 방향으로 올라가는 코스로 특히 이 가을에는 더욱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하늘은 높고 바다는 푸르고,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강구항은 오래전 방영됐던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주 무대였던 곳으로 영덕 대게의 총집산지다. ‘대게잡이’철인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곳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그물을 손질하고 대게를 하역하는 어부들로 활기가 넘친다.
길손을 어루만지던 ‘바람’은 해맞이공원 뒤편으로 모인다. 해맞이공원은 강구항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10분쯤 올라가면 닿는다. 바다와 맞붙은 창포리 언덕에 등대를 세우고 산책로를 조성한 곳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야생화와 꽃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영덕 해안 아무 곳에서나 해오름의 장엄함을 목도할 수 있지만, 이곳은 특히 해오름이 가장 선명하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반드시 해오름을 보는 게 목적이 아니더라도 새벽에 강축해안도로를 달려보길 권하고 싶다. 넘치도록 아름다운 영덕 앞바다의 눈부신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오름 후 하늘에서 붉은 기운이 가시고 나면 바다는 황금빛으로 빛난다. 멀리서 보면 호수 같은 바다에서 평화롭게 그물질하고 있는 작은 고깃배들. 이 순간만큼은 어부들이 건져 올리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황금’이다. 바다는 해가 수평선에서 멀어질수록 은빛으로 변한다. 눈이 부셔서 도저히 그 바다에 시선을 맞추지 못할 정도다. 해안에 걸린 빨랫줄에는 오징어들이 바다를 그리워하며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다.
▲ 영덕 강축해안도로변 해맞이공원.(위 왼쪽). 강구항의 새벽(위 오른쪽). 고려 공민왕 시절 나옹선사가 지은 장육사(아래). | ||
바람은 보기와는 달리 기운이 넘친다. 언덕 아래에 있을 때만 해도 별 존재감이 없던 바람인데 막상 위로 오르자 풍차를 거침없이 돌릴 정도로 세게 불어댄다.
풍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풍차가 주변 환경을 해친다고 불평이고, 또 누군가는 풍경이 단조롭지 않아 보기에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 친환경 청정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풍차는 하나의 대안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곳 언덕의 풍차는 더욱 그 의미를 잘 살린 것이라 호불호의 논란에서 조금 비껴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곳 언덕바지는 1997년 산불로 황폐화됐던 곳이다. 기존 풍경을 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경을 살리는 일환으로 풍차가 도입된 것이다. 이곳에는 높이 80m, 날개 길이 42m의 풍차 24기가 능선 위에 설치돼 있다. 2005년 3월 건설된 이 풍차들을 건설하는 데는 모두 675억 원의 자금이 들었다. 어마어마한 비용이지만 매년 100억 원어치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점에 비추어 6~7년 후 흑자전환이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풍차의 언덕을 공원화하면서 관광명소로 부각,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해안드라이브도 좋지만 오십천 강줄기를 따라 가는 드라이브 또한 추천할 만하다. 영덕읍에서 옥계계곡에 이르는 길이 그 코스다. 봄이면 복숭아꽃이 구름처럼 깔리면서 황홀경을 연출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계곡 물소리가 청아한 길이다.
사실 옥계계곡 너머도 그 코스에 포함시켜 마땅하다. 구절양장으로 이어져 속도를 내기에 적합치는 않지만 왼쪽으로 계곡이 달리고 오른쪽으로는 팔각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경치가 그만이다.
해거름에는 팔각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노을이 기가 막히다. 팔각산에서 내려와 자동차를 타고 도로 나오다가 남정면 방향으로 이어진 932번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높은 언덕바지가 나오는데 이곳이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다.
한편 영덕에는 장육사와 유금사처럼 작지만 이름난 명찰들이 있다. 여행길에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운서산 자락에 자리한 장육사는 1355년 고려 말 공민왕 때 나옹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보물 제1933호인 건칠보살좌상이 모셔져 있다. 건칠불은 나무나 철을 이용해 불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진흙으로 속을 만들어 삼베를 감고, 그 위에 진흙가루를 발라 묻힌 후 그 속을 빼어버린 것이다. 14세기 초의 보살상에 비해 장식성이 강한 게 특징이다. 고려 말 보살상들의 연대추정에 기준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건칠불이 모셔져 있는 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의 건물로 여겨지는데 벽에 재미있는 벽화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칠보산 자락에 있는 유금사는 537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대웅전 뒤뜰에 보물 674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탑 속에 있던 금동부처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서안동IC→34번 국도→안동→청송→영덕
★잠자리: 영덕강구항 입구에 바위섬모텔(054-734-1311)이 깔끔하다. 강축해안도로변에는 바다여행펜션(054-734-3651) 등이 있다.
★먹거리: 영덕 하면 역시 대게다. 그러나 또 비싼 게 대게다. 강구항에 대게요리점이 즐비한데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는 동광어시장을 이용해보자. 대게를 직접 구입한 후 가져가면 대게를 쪄주고 자릿세를 받는다. 일반 대게 전문 요리점보다 절반쯤은 싸게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문의: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