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인천 사는 애기 둘 키우는 맘입니다. 매달 900만원씩 벌고 있어요. 육아비, 집장만 하는데 끌어쓴 대출 빚. 남편 월급으론 턱도 없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재테크 해보자 해서 시작했는데 요즘은 남편 월급에 2배 이상을 버네요. 저처럼 힘드신 분들에게 도움될까 공유해요.’
인터넷 모 주부카페의 회원 A(32·여)씨는 이같은 카페 쪽지를 받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링크를 눌렀다. 링크를 통해 이동된 카페에는 단시간에 돈을 벌었다는 ‘고수익 후기’들로 넘쳐났다.
운영자에게 연락한 A씨는 “나눔로또 파워볼에 대신 가입해 주면 500만원을 이체해 주겠다. 그저 수익에서 20%만 주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 입장에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였다.
며칠 후 A씨는 운영자로부터 파워볼 수익금 수천만원이 찍힌 액수를 확인하게 됐다. 얼른 돈을 챙기고 싶었던 A씨는 당장 환전해 달라고 요구하자 운영자는 “환전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무런 의심없이 수수료를 입금한 A씨는 운영자와 연락이 끊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부 수백명을 도박사이트로 유인해 수십억을 뜯은 일당들이 경찰에 붙들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4일 ‘맘카페’ 회원들인 주부들을 상대로 ‘파워볼’ 등에 배팅해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면서 도박사이트로 유인한 후 마치 큰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유금액을 조작하고 환전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해자 333명으로부터 투자금 및 환전수수료 명목으로 도합 12억7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대구 등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인터넷 주부카페 회원들을 상대로 고수익 홍보 쪽지를 발송하고 해당 카페로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들에게 투자금을 입금시킨뒤 피해자 계정에서 보유금액을 조작해 마치 큰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이고 환전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에게 환전수수료 명목으로 추가입금을 요구해 돈을 뜯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총책과 카페관리책, 현금인출책, 도박사이트 운영책, 대포통장 공급책 등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과 대포폰, 타인 명의의 인터넷 계정을 사용하고 해외 접속 아이피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수사기관에 잡힐 경우 도박사이트에 돈을 입금하고 베팅한 뒤 수익금을 출금한 것이라고 진술해 처벌수위를 낮추려고 하는 등 치밀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금식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앞으로도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사범죄를 근절하고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사기 사이트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검거하는 한편 각종 사이버범죄 예방홍보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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