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순 ‘찾아가는 학교통일’ 탈북 강사가 ‘다시 만나요’를 열창하고 있다.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헤어져서 얼마냐 눈물 또한 얼마였던가.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탈북 강사 진희순 씨의 ‘다시 만나요’가 무대에 펼쳐지자 관람객들이 하나 둘 한시울을 붉혔다. 통일을 염원하는 노랫가락에 더해진 잔잔한 기타 선율은 간절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탈북한 지 18년이 지난 진 씨의 목소리에 담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관람객들의 눈물을 훔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08년 4월 한국에 왔습니다. 1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나 내 고향 함경북도 부모님과 형제들 못 본지 18년이 됐습니다. 가족들 보고 싶고 고향으로 가고 싶은 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인 통일과 그리고 세계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여성들이 먼저 앞장섭시다.”
남북 평화 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여성단체 주최의 콘서트가 개최돼 눈길을 끈다.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시 남구 우봉아트홀에서 ‘제3회 IWPG 평화콘서트’가 열렸다. (사)세계여성평화그룹 대구경북지부(IWPG)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보훈가족과 탈북여성, 다문화 여성과 함께 세계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평화문화로 승화시키고자 기획됐다.
이날 우봉아트홀에는 최강미 IWPG 대구지부장을 비롯해 배지숙 대구시의원, 유옥생 정수회중앙본부 총재 등 주요 내빈과 보훈가족·탈북여성·다문화여성 등 300여명이 참석해 평화의 공연을 펼쳤다.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시 남구 우봉아트홀에서 ‘제3회 IWPG 평화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다흰소년소녀합창단’을 비롯해 모든 공연자와 관객들이 하나로 부른 ‘고향의 봄’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콘서트는 ‘평화’를 주제로 한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천무예술단’의 ‘축연무’ ▲‘빛하람 태권도단’의 ‘죽음의 전쟁터’ ▲ 대구경북 청년으로 구성된 ‘하나합창단’ 아리랑 ▲‘다흰소년소녀합창단’의 ‘고향의 봄’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다문화여성(이중언어 강사) 합창단의 ‘바람의 빛깔’과 ‘홀로아리랑’ 공연은 관람객에게 평화의 염원을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이어진 무형문화재 초청공연 이연옥 국악인 등 3명의 ‘양산도, 밀양아리랑, 뱃노래도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그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평화콘서트의 대미는 ’다흰소년소녀합창단‘을 비롯해 모든 공연자와 관객들이 하나로 부른 ’고향의 봄‘으로 장식됐다. 평화의 유산을 이어받을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전쟁에서 더 이상 희생되지 않을 청년들 그리고 자녀들을 품는 탈북·다문화여성 어머니들이 평화의 그날을 목소리에 담았다. 앵콜 무대까지 모든 공연이 끝난 직후에도 관람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감동의 여운을 나눴다.
이지민(53·대구 성서) 씨는 “공연장에 들어설 때부터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이 있었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공연을 보는 내내 모든 사람들이 정말 평화를 원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다문화가정 리아나(36·대구 만촌동) 씨는 “이중언어 합창단이 부른 곡 가사 중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 해도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것에 감동을 느꼈다. 인종과 종교 등의 문제로 학살과 전쟁이 아직까지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가슴 너무 아프다. 모두가 안전을 보장받고 사람으로 존중받고 살 수 있는 평화가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천무예술단’이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축연무’를 통해 남북의 평화통일과 화합을 전하고 있다.
IWPG 행사에 3번째 참석한다는 우에스기 마유 조교수(동명대학교 실내건축학과)는 “IWPG는 모두 한 마음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데 인상이 깊다. 또 매회 참석할때마다 규모가 커져 성장하는 게 보여 자랑스럽다. 특이 이번 콘서트는 평화에 대한 마음이 하나가 되어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진행된 매우 의미있는 콘서트”라며 엄지손을 치켜세웠다.
관람객 뿐만 아니라 공연을 준비한 이들도 평화콘서트를 감동을 나눴다. 공연에 참가한 이중언어 다문화합창단 권하연(49·여·중국) 원장은 “(이번 평화콘서트를 통해)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가정에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북한과 남한이 통일이 되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된것 같다”고 말했다.
탈북 강사 진희순 씨는 “고향에 못 가본지 18년이 됐지만 아직도 고향으로 못가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우리 모두의 소원은 통일이며 전쟁 없는 세상 만드는데 여성들부터 앞장서자”고 했다.
최강미 IWPG 대구지부장은 “이번 ’제3회 IWPG 평화콘서트‘는 지역의 평화문화를 선도할 보훈가족과 탈북여성, 다문화 여성 그리고 자라나는 청년들과 아이들이 함께 ’평화‘를 주제로 기획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도 평화 통일의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지역 내 평화문화를 주도하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세계여성평화그룹 대구경북지부는 지난 23일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 일대에서 ’제1회 평화사랑 전국 그림그리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남북문화를 평화로 화합시키는 다채로운 평화문화를 개최하고 있다.
(사)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은 세계 36억 여성 평화그룹으로 대한민국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사단법인 비영리 NGO 단체이다. 국내 67개 지부와 해외 233개 지부 및 협력단체가 있으며 세계적인 평화활동과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UN공보국에 등재됐다. IWPG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전란에서 자녀를 지키고 이 시대의 평화를 이뤄 후대에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해 창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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