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자리에 앉은 직원들에게 다 밖으로 나가라 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상의 임직원과의 첫 만남에서 ‘현장에서 답을 찾자’고 강조한 바 있다. 상의 본연의 역할인 지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회원기업의 현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지역기업의 R&D(연구개발) 역량 제고, 수출 경쟁력 강화를 들었다. 지난 100일 간 기업현장 애로사항 청취와 이 두가지 사업의 추진방향을 잡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밝힌 이 회장은 앞서 밝힌 중점 사업을 더 활발히 추진하면서 지역경제의 희망을 찾겠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다음은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100일을 맞았다. 소감은
“100일이란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취임 인사 때 무거운 책임감으로 지역에 산재한 경제현안 해결에 상의가 앞장서고, 경제인들이 서로 화합해 경제를 살리는데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렸었다. 지금도 여전히 무거운 책임감으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이제 100일이 지났다. 가시적 성과를 논하기는 이른감이 있다. 중점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작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 현 지역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우리 경제는 대내·외 환경 변화로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여파도 미치고 있다. 또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정세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는 올해부터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과 이 달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지역기업들이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많은 애를 먹고 있다. 지역기업들이 이런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고 경쟁력을 키워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상의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다행히 대구시에서 수년 간 자율주행차, 첨단의료, 로봇, 물산업 같은 미래성장동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그 노력들에 대한 가시적 성과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어 지역경제에 희망적인 부분도 많다. 또 상의에서도 강소기업 육성과 지속적인 기업 성장을 위해 R&D와 수출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규제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기업들도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시면 감사하겠다.”
- 지금까지 추진한 사업들은
“취임사에서 말씀드렸던 사업 중 가장 중점을 둔 것이 지역기업의 R&D 역량을 높이는 것과 수출 경쟁력 강화였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100일 간 이 두가지 사업의 추진 방향을 잡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R&D는 우리 기업들이 자생력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가 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어디서 어떻게 R&D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우선 R&D 지원기관과의 연계고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구상의와 지역기업, 지역 R&D기관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각 기관들의 특성과 지원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바 있다. 후속조치로 지금은 상의직원들이 회원기업을 방문해 R&D 관련 애로 및 지원사항을 듣고, 상의직원들을 R&D기관별로 담당자를 지정, 지역기업들이 필요할 때 보다 편리하게 R&D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에는 그 동안의 방문결과에 대해 저와 상의직원들이 중간점검을 겸한 소통기회도 가졌다. 이때 나온 기업들과 상의직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더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일본의 주요 R&D 지원기관과 우수기업을 방문하는 벤치마킹사절단도 파견할 예정이다. 지역기업의 수출지원과 관련해서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FTA 활용을 위한 수출입 통관 실무교육’을 시작으로, 우리지역 주요 교역국인 중국과 베트남의 수출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도 열었다. 베트남의 경우는 특히 베트남 진출 시 강점과 기회(저렴한 인건비와 두터운 젊은계층 및 정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와 공공조달 수요)는 물론, 약점과 위협(투명하지 않은 행정과 법률 집행 및 높은 수출 의존도로 따른 베트남 경제의 불안전성)요소에 대한 정확한 시장분석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관련 정보를 더 자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생각이다.”
- 최근 노동환경 변화로 기업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상의 역할은
“잘 아시다시피 올해 최저임금이 예년보다 높은 16.4%가 인상됐다. 이달부터는 300인 이상 기업에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등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로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달 ‘근로시간 단축 대응 설명회’를 열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대응책 마련에 도움을 주었습니다만, 여전히 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 상의도 지역기업 대상으로 두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삶의 질 향상이란 긍적적인 면이 있으나, 기업의 인건비 상승과 노동의 유연성을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작지 않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기업별 특성에 따라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 대상기업들이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이 점을 감안, 최근 다소나마 개선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해결책으로는 ‘긴급상황 발생 시 노사합의를 통한 한시적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기간도 1년으로 확대’하는 등 노동 유연성을 더 높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4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상공회의소
- 취임 후 상의 임직원에게 기업방문을 독려했다
“취임 후 상의 임직원들과의 첫 만남에서 ‘현장에서 답을 찾자’고 강조한 바 있다. 상의 본연의 역할인 지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회원기업의 현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전 직원이 회원기업을 수시로 방문, 기업현장의 애로와 불편사항에 대한 생동감 있는 목소리를 듣도록 독려하고 있다. 상의는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업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기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그것이 상의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런 강점을 살려 상의 자체 사업 추진은 물론, 상의와 지원기관과의 협력과 융합을 통해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쓰도록 하겠다.”
- 민선 7기가 새롭게 출발했다. 대구시, 구·군 등 지방자치단체와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 인지
“평소 지역경제와 관련, 대구시와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역경제에 중요한 현안이 발생하거나 의견교환이 필요하면 시장님과 제가 수시로 만나 상의하고 협력해 나가겠다. 대구시와는 현재 일자리 확충, 지식재산권 강화, 판로개척 지원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달서구(2010년)와 달성군(2017년)과도 관내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강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에 특화된 사업을 발굴해 대구시는 물론, 구·군과도 유기적으로 협조해 나가겠다.”
- 최근 유럽경제사절단으로 독일 등지를 다녀왔다. 느낀 점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유럽 주요국의 강소기업 성공 노하우와 비즈니스 협력 확대를 모색코자 전국상의 회장들이 함께 체코와 독일 등지를 다녀왔다. 독일의 드레스덴에서 우리가 닮고 싶은 모델을 봤다. 드레스덴은 독일에서 15번째로 큰 도시인데, 드레스덴 공대를 중심으로 산·학·연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형성돼 1200여개 기업과 4만30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 특기할 점은 이 중에서 연구인력만 1만500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드레스덴 대표 기업으로 노발레드(NovaledZ)가 있는데, 2001년 드레스덴 공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창업하여 10년만에 매출 3000만 달러(330억원)을 달성한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이다. OLED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보유하거나 계류 중인 특허만도 500개 이상이며, 전체 임직원의 60% 이상이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2013년 제일모직에 인수됐고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지역과 기업을 둘러보면서, 특히 산·학·연 협력과 R&D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우리 지역의 많은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들도 노발레드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임기동안 최선을 다해 돕겠다.”
- 대구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은
“우리지역은 국채보상운동과 2.28학생운동 등을 주도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앞장선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다. 특히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대구민의소는 대구상공회의소의 전신이다. 선대 상공인들의 시대적 정신을 이어 받아 대구상공회의소는 언제나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도록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겠다. 아울러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이끌고 있는 경제인들에게 용기와 기(氣)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역기업들이 힘을 내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할 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고, 사회공헌 활동도 더 활발히 할 수 있다.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기업들을 지켜봐 주시고 관심과 성원을 보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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