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4월, 5월, 6월…매달 사망사고 발생
- 송 청장 취임 이후 ‘매달 집배원 등 사망사고’ 일어나
- 대구 수성우체국, 올 3월에 이어 또 다시 동료 잃어 ‘비통’
- 노조측, 장시간 노동 시달린 과로사가 사망원인 ‘주장’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경북지방우정청 각 국 실과별 국장들을 포함한 간부, 직원들 일부가 업무 중 숨진 우체국 직원의 장례식 날에 폭탄주가 오가는 ‘음주 회식’을 갖고 술 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4일 경북지방우정청 등에 따르면 이달 1일 뇌출혈로 숨진 대구수성우체국 우정직 직원의 장례식이 열리는 지난 2일 저녁 경북우정청 국 실과별 간부 등 직원들이 대구지역 식당 등을 이용 부서별 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국별 국장을 포함 실과 과장급을 비롯해 일부 직원들도 함께 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이들의 회식자리는 1차에서 끝나지 않고 2차 3차까지 이어지면서 장소를 옮긴 자리에서 건배 잔을 돌리며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북우정청은 “시기상 부적절한 처사 이다. 차후엔 이 같은 행동이 번복되지 않게 하겠다”라고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숨진 직원의 장례를 치른 해당 우체국장은 “장례준비로 인해 정신이 없어 지방청 직원들이 애도 기간에 회식을 하며 술자리를 가진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사실이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우리 우체국에서는 사고가 발생하자 모든 직원들이 애도하며, 쓰러진 직원의 회생만을 기원했다. 직원이 숨진 직후에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고인의 장례절차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특히나 한 동료의 죽음으로 내부 직원들은 그만큼 사기가 떨어 질 것 같은 우려를 보이고 있는데... 지방청에서는 고인에 대한 애도는 못 해 줄망정 회식을 하며 즐겼다는 것은 상식에 크게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혀를 찾다.
지역 우정노조 한 관계자도 “경북우정청에서 따로 분향소를 마련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마음만으로도 고인에 대해 다 함께 애도를 표하고 함께 슬퍼해야 될 상황이다. 회식자리에서 건배가 이어지는 술판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북지방우정청(사진=일요신문 DB)
지난달 25일 오후 6시15분께 수성우체국 김모(우정직)씨가 택배 픽업업무를 하던 중 한 계약업체에서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
김씨는 이날 해당업체의 택배 물품을 차량에 옮겨 적제 하던 중 힘 없이 쓰러졌으며, 당시 업체 관계자가 119 구급대에 급히 신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김씨는 위중한 상태로 병원치료를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1일 끝내 사망했다. 병원은 사망원인을 뇌출혈에 의한 심박정지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김씨의 죽음에 대해 노조측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과로사로 못 박으며,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 강도가 김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집배종사원들의 과로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동료의 죽음을 일상화 하며, 외면한 채 장례식날 음주회식을 벌인 경북우정청의 처사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이 불가피해 보여 진다.
올해 7월 현재까지 대구·경북에서는 뇌출혈, 심근경색, 근무중 사고 등으로 숨진 집배원 등은 모두 4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2명은 대구수성우체국 소속 직원들이다. 최근 픽업 업무 중 쓰러져 치료 중 숨진 김씨와 지난 3월16일 담당구역 배달 업무 중 쓰러져 병원서 치료를 받다 숨을 거둔 임모(집배원)씨이다. 임씨는 대구 수성구 지역인 담당구역을 돌며 우편물 등을 배달하던 중 한 아파트 야외 화장실 앞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김씨를 이송, 치료를 받았지만 4일 만에 숨졌다. 그의 사인 역시 뇌출혈 이었다.
이로써 수성우체국은 지난 3월에 이어 또 다시 동료를 잃어야 하는 비통한 일을 겪어야만 했다. 해당 우체국 직원들은 ”우체국이 모두 격무에 시달리다 업무분장마저 엉망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배달 업무 직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1일에는 경북 김천 우체국 장모(우정직)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았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21일에는 포항우체국 최모(집배원)씨가 전날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 이날 아침 자택에서 숨진 채 유족들에 의해 발견됐다. 부검결과 그의 사인은 심정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올 들어 처음 집배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 3월은 송정수 제33대 경북지방우정청장이 취임한 달인 것. 3월을 시작으로 4월, 5월, 이달 1일 숨을 거둔 김씨의 경우도 사고가 발생한 달은 지난 6월말이다. 송 청장 취임 이후 매달 집배원 등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 총괄국 한 노조 간부는 “잇따른 집배원 등의 돌연사로 인해 과다한 근로시간과 열악한 근무여건이 원인 이라는 것이 직원들 사이에서 야기 되고 있다. 집배원 등의 처우 개선을 위해 우정본부와 경북청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라며, “사실 경북청에서는 배달 업무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 등의 관점에 대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송 청장의 물류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와 특히 배달(우편물, 택배 등) 직원의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 관심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대구수성우체국 박성수 국장은 ”상대적으로 수성우체국 집배원들은 다른 총괄국에 직원들에 비해 젊다. 이렇다 보니 건강에 자신을 보이며 대부분이 건강상태에 대한 인식이 낮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음주측정 등을 비롯해 기본적인 건강 컨디션에 대한 체크는 빠지지 않고 매일 실시하고 있다“며, ”개인적인 정보지만 필요시 질병 유소견자를 파악해 관리하는 시스탬도 향후 추진해 안타까운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북우정청의 일부 부서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사전에 계획된 부서별 회식이겠지만 시기적으로 아주 부적절했다. 국장이나 과장 등 간부들이 나서서 연기(직원 회식)을 하던지 점심 오찬으로 대신 했어야 한다고 생각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수성우체국 직원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본부장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본부에서는 제도 개선 등으로 우편물 배달 직원들의 근로기준 개선책을 마련했고, 더 나은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들(집배 종사원 등)의 건강상태와 개인의 질병 유·무에 따른 작업 방식에 있어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책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우정청 이지환 운영지원과장은 ”장례식이 치러지는 지난 2일 저녁 각 부서별 간부와 직원들이 함께 회식 자리에서 술자리를 가진 것은 맞다“라고 인정하며, ”하지만 어떤 부서가 모임을 가졌는지는 중요치 않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지만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닌 건지 생각된다. 피치 못할 상황으로 부서간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거고, 마침, 얼마 전 인사이동이 단행돼 부서별 모임이며, 새로운 부서장들과 직원의 환영식을 겸한 회식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 이와 관련해 부서별 선임계장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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