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우정청 간부 등, 직원 장례식날 ‘음주 회식’ 술 판… 우정인들 공분
- 경북우정청, 폐쇄와 권위 ‘만연’… 현장과 소통은 ‘불통’
[대구=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고 힘을 모아 경북우정을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송정수 경북지방우정청장이 올 3월 취임하며 취임사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선현장 현업에서 땀 흘리고 있는 직원들의 노고에도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취임 5개월째를 맞은 송정수 청장을 돌아보면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끊임없이 소통’을 하겠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게 한다. 무엇을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말로만의 소통을 바라지 않고 있다. 가슴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직원들이 바라는 마음이지 싶다.
지난 2일 경북우정청 간부 등은 업무 수행중 숨진 우체국 직원의 장례식 날 폭탄주를 돌리며 건배를 목놓아 외치는 등 ‘음주 회식’(‘일요신문’ 7월4일자 우체국 직원 장례식 날… 경북우정청 국·실과는 “건배 잔 돌리며 ‘술 판’”제하 기사 참조)의 술 판을 벌여 수많은 우정인들에게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집배종사원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우정직이 아닌 일반(행정)직이 죽었다면 이랬을 까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당시 책임자에 대해 징계하고, 고인과 유족들 앞에서 백배사죄해야합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우정직 관계자는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이것이 바로 적폐입니다. 자주 사망사고가 발생하니 만성이 되어가는 것일까요...? 이제는 동료가 죽어도 무관심이네요”라며 씁쓸해 했다.
이들 뿐 만 아니다. 이번 경북우정청 간부 등의 ‘음주 회식’에 대해 수없이 많은 현장노동자들이 강도높게 지탄했다. 전국우정노조와 집배노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들의 부적절한 처사를 성토하는 글들도 넘쳐났다.
노조측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 즉각 들고 일어났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경북우정청장의 사과를 촉구하며 나섰다. 노조는 성명에서 “경북우정청 국·실과별 간부 등 직원들이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며 술판을 벌인 것은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노조측의 이 같은 반발에도 송 청장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인 모습이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사실 인정과 공식적인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의 재발방지를 위한 그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소통이 필요한 것은 알고 있으면서 접근의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송 청장의 현장과의 소통 부재는 청장과 직원들간의 만남에도 이어진다. 취임 후 지역 총괄국 및 우체국에 대한 초도방문이 그것인데, 취임 이후의 보여준 송 청장의 현장과의 만남이 소극적 이라는 일선 직원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통 새로운 청장이 취임하게 되면 관내의 우체국 현안 사항 파악과 여론 수렴 및 직원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우정사업 운영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협조를 당부한다. 지역 우체국이 많다 보니 임기 내 다 돌아보지 못하고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 것.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송 청장의 현업 초도방문은 전 청장들과는 달라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내의 현안이나 여론, 직원들의 애로사항 청취와 그들의 깊이 있는 애환을 듣지 못한 채 문서 나 보고 등을 통해서만 공유를 하고 있다. 지역 소식에 있어서도 언론매체를 통해서 접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닫혀 진 정보만을 듣고 있는 것이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의 경우 집배원 조끼를 입고 현장 곳곳을 누비며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소통을 통해 우정사업의 경영 정책에 적극 반영 하려는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형태는 경북우정청의 운영과 조직 등을 관리, 담당하는 운영지원국의 영향도 큰 것으로 비춰진다. 송 청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리보전만을 위한 나팔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일 이다. 그 어떤 일이 발생하면 책임회피에만 몰두하는 무책임한 모습도 역역하다.
이렇듯 이 같은 업무형태는 수 천 명을 관장하며, 대구경북 우정사업을 경영하는 송 청장의 걸림돌로 보일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이유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업무 중 숨진 직원의 상중(喪中) 기간 간부들의 술자리 회식과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태 발생 이후 최고 책임자인 송 청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요청한 기자의 면담(인터뷰)을 단칼에 거부한 이들의 자세를 봐서도 알 수가 있다.
이들(홍보팀)이 기자와 송 청장과의 면담을 막고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하든 무마 시키려 애쓰는 노력이 실로 눈물겹다. 면담 거부 사유에 있어 어떠한 명분도 이유도 밝히지 않는 채 “청장님과의 인터뷰는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평소 다른 조직(기관)에 비해 외부와 소통하려 하거나 교류하지 않으려는 폐쇄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
홍보담당은 이번 ‘음주 회식’에 대해 “시기가 적절하지 않지만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닌 건지 생각된다. 피치 못할 상황으로 부서간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거고, 마침, 얼마 전 인사이동이 단행돼 부서별 모임이며, 새로운 부서장들과 직원의 환영식을 겸한 회식자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청장님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며, 해명할 뿐이다.
상황판단이 안 서는 것일까 아니면 처해져 있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해 보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는 즉답이다.
공식석상에서 큰 목소리로 외치던 ‘우리는 우정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가족이 죽어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건배 잔을 서로 돌리고 있어도 되는 건지...”
노조측은 “우정직 공무원들은 장시간 중노동으로 인한 과로로 하루가 멀다 하고 쓰러지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올해만 숨진 집배원이 4명에 이른다. 고통을 헤아리고 함께해 야 할 이런 와중에 경북우정청 간부들이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판을 벌였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경북우정청장과 우정사업본부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북우정청장 뿐만 아니라 우정사업본부장의 사퇴 촉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7월 현재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뇌출혈, 심근경색, 근무중 사고 등으로 숨진 집배원 등은 대구수성우체국 소속 2명의 직원과 경북 포항우체국 소속 1명, 또 다른 1명은 김천우체국 소속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해 4월, 5월, 6월까지 송 청장 취임 이후 매달 집배원 등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 총괄국 한 노조 간부는 “과다한 근로시간과 열악한 근무여건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간부는 “경북청에서는 배달 업무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 등의 관점에 대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송 청장의 물류 직원들의 세심한 배려와 특히 배달(우편물, 택배 등) 직원의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 관심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앞으로 제 5, 6의 집배원 등 현장 직원들의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때에도 동료의 숭고한 죽음을 일상화하고, 아무렇지 않게 무관심으로 일관 할지 의문이다.
대구·경북지역 4700여 명의 종사원을 관장하는 송 청장의 최소한의 책임감을 기대해 본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