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아내에게는 따뜻한 남편이자 딸 성은이와 아들 형욱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아빠, 80세를 넘은 부모님께는 늘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조사가 낭독되자 영결식장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경찰 동료들은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 그러나 주먹을 꽉 쥔 양팔의 떨림은 멈추지 못했다.
주민이 휘둔 흉기에 찔려 숨진 경북 영양경찰서 소속 고(故) 김선현 경감의 영결식이 10일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서 경북지방경찰청(葬)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김상운 경북경찰청장과 경찰 및 협력단체장 등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경찰청장 조사와 동료의 고별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김 청장은 조사를 통해 “2018년 7월8일 청천벽력과도 같은 당신의 순직 소식에 경악과 함께 망연자실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자신의 안전보다 국민의 안위를, 누구보다 경찰제복이 잘 어울리는 당신을 떠나보내야 하는 비통함과 절망은 세상을 덮고도 남는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따뜻한 남편이자 한없이 자상한 아빠, 늘 믿음직한 아들, 영양파출소의 일꾼이자 든든한 버팀목인 당신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오직 국민의 안녕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지 달려가고 또 달려간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 때로는 형님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동료들을 보듬어 주셨던 따뜻함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새겨질 것”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했다.
권영욱 영양경찰서 경사는 고별사를 통해 “지난 4월 도로가에 바위가 굴러 떨어져 큰 사고가 났을 때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주민의 고귀한 생명을 구해내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라는 국가경찰의 사명을 가슴 속 깊숙이 안고 현장으로 달려가 그날 그렇게 선배님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당신의 마지막 운명과 바꿨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경찰청은 故 김선현 경위에 대해 특별승진 및 옥조근정훈장, 경찰공로장 등을 추서했다.
故 김선현 경감은 지난 8일 낮 12시39분께 경북 영양군 영양읍 소재의 주택에서 A(42)씨가 휘둔 흉기에 찔려 숨졌다. 당시 A씨의 어머니는 112에 ‘아들이 난동을 부린다’는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지 4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김선현 경위는 A씨를 달래던 중 갑작스레 휘둔 흉기에 목을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날 오후 2시29분께 숨졌다. 함께 현장에 있었던 오모(53) 경위 역시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대문을 열고 대화를 시도하려던 찰나 A씨가 갑작스레 흉기를 들고 달려든 것이다. 당시 흉기를 든 A씨는 테이저건을 차고 있던 오 경위에게 달려들었다. 오 경위와 A씨가 바닥을 뒹굴며 심하게 몸싸움을 벌이자 김 경위는 이를 떼어놓는 과정에서 왼쪽 목을 1차례 깊게 찔려 쓰러졌다.
오 경위는 피를 흘리는 김 경위를 신속히 응급 처치한 후 집안에서 A씨와 대치했다. A씨는 오후 1시께 지원요청으로 도착한 경찰에 의해 결국 테이저건으로 제압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의 어머니는 아들 A씨가 조현병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정신병력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던 A씨는 2011년 환경미화원을 폭행하고 최근까지 소란을 피우는 등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출동 결찰관들은 A씨가 흉기를 들고 있었다는 내용이 없어 방검복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1월22일 영양경찰서 영양파출소로 부임한 故 김선현 경감은 투철한 국가관과 뛰어난 사명감으로 매사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 부임 이후 지역경찰로서 남다른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사고 당일 신속한 현장대응 도중 주민의 난동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변을 당했다.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