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기자회견하는 박윤해 대구지검장 사진=연합뉴스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잘 해결될 거다”
지난달 22일 부임한 박윤해 대구지검장이 각종 비리와 관련 경찰 수사선 상에 올라 있는 홍철 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의 거취를 두고 김정우 현 총장신부와 이같은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면서 취임 초부터 구설에 올랐다.
박 지검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 잘라 말했지만, 이 대화를 나눈 직후 홍 전 총장이 실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학교 안팎에서 떠도는 말이 사실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수사 공정성 논란도 도마위에 올랐다. 홍 전 총장은 총장때 연구년 교수 선정과 시설공사 과정에서의 비리가 교육부 감사에 적발되면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시민단체는 “ 대구 검찰의 수장이 부임 인사차라고 하지만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대학을 스스로 방문한 것은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검찰 조사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처신”이라면서 박 지검장의 분명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지난 13일 대구MBC 보도에 따르면, 박 지검장이 앞서 10일 부임 인사차 김 총장신부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홍 전 총장이 무혐의 처리될 것이란 언질을 김 총장신부에게 줬다는 말이 검찰과 대학 주변에 떠돌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박 지검장은 극구 부인했지만, 김 총장신부가 박 지검장을 만난 직후 홍 전 총장 사건이 “잘 해결될 거다”란 말을 했다는 소문이 학교 안팎의 여러사람들을 통해 흘러 나왔다는 것.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대구·경북지역 30개 시민단체는 검·경이 현재 수사 중인 대구대교구 선목학원과 대구가톨릭대 비리 수사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목학원과 대가대는 학교법인 회계 부정과 100주년 기념사업 비리, 재산 횡령으로 해고된 직원의 편법근무 및 복직, 과다 임차료 지불 등 각종 비리로 검·경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사차라지만 박 지검장이 구설에 오를 수도 있는 대가대를 굳이 스스로 방문한 것을 두고 천주교 대구대교구 ‘눈도장 찍끼’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구MBC는 지난 5월 대구·경북 무소불위의 권력, 천주교 대구대교구 비리에 대한 지난 1년 6개월 여 취재 결과를 법정 공방 끝에 집중 보도했다.
취재 기자는 언론을 통해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50만 신자에 복지시설 190여곳, 10여개 학교와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같은 의료시설 뿐 아니라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를 비롯한 언론 출판기관도 10곳 가까이 경영하고 있어 국회의원,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와 같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천주교에 잘 보여야만 했다”고 취재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구대교구에 찍히면 정치적 꿈은 접는 것이 상식이고, 해방 이후 지금까지 천주교는 대구·경북에서는 단 한 번도 견제받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고 했다.
박 지검장이 취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처신이 구설에 오르면서 취임석상에서 밝힌 부정부패 척결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박 지검장은 지난 달 25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대구 수돗물 사태와 관련, “환경범죄와 부정부패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수사해 엄단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권영진 대구시장과 강은희 대구교육감, 임종식 경북교육감 등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짧은 만큼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권 시장 등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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