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어둠이 내려앉고 휘영청 보름달이 뜨는 밤, 월정교 야경이 빛을 더해가고 해 저물면 닫히던 대문을 활짝 열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등불을 밝힌 야경꾼들이 줄지어 골목을 누비고 마을 곳곳에서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 이야기가 펼쳐지는 교촌마을이 불야성을 이룬다.
경주에서 다양한 문화재를 활용한 특색있는 야간문화행사인 ‘경주 문화재야행, 가슴 뛰는 서라벌의 밤’이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경주 교촌한옥마을에서 펼쳐진다.
역사와 낭만이 쉼 쉬는 경주문화재야행은 경주시와 경주문화원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재청과 경북도가 후원하는 야간 문화재 활용사업이다. 지역 내 문화유산과 주변의 문화 컨텐츠를 하나로 묶어 무더운 여름밤에 다양하고 특화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해 관광객에게 시원한 여름밤을 선사한다.
지난 두 차례 ‘천년야행’에 이어 올해 ‘경주문화재야행’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번 야행은 전통 한옥마을인 교촌마을을 주 무대로, 동궁과 월지에 이은 야경명소로 새롭게 복원된 월정교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상징인 경주 최부자댁, 신라 국학의 산실인 경주향교를 중심으로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품은 야사를 비롯해 야로, 야설, 야화, 야경, 야숙, 야식, 야시 등 8야(夜)를 테마로 다채로운 야간문화 향유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야사는 밤에 듣는 역사이야기로 12대 400년 동안 실천적 나눔과 상생의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경주 최부자댁 쌀 뒤주체험, 가훈쓰기, 삼행시 짓기를 비롯해, 신라인의 멋과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신라복식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이 준비되어 어린이나 청소년을 비롯한 가족 단위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야로는 ‘교촌 달빛 스토리 답사’로 교촌광장에서 출발해 최부자댁, 향교, 내물왕릉, 계림, 월정교, 교촌광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된다.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교촌 곳곳에 산재한 문화재에 대한 역사와 신화, 전설 등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오색 주령구등에 불을 밝혀 걷는 무료 답사 프로그램으로 문화재야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야설에서는 통일신라 제35대 경덕왕 시대의 승려 충담사의 안민가를 주제로 한 ‘아! 군(君)다이 아! 신(臣)다이’ 창작극이 지역 예술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인형극, 골목길 버스킹 공연, 장구 북 등 사물놀이를 배운 후 즉석 연주까지 하는 ‘사물놀이와 놀자’ 등이 교촌의 골목 곳곳에서 경주의 밤을 수놓아 관람객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야화는 교촌에서 계림으로 이어지는 숲 길을 걷는 신화의 숲 힐링 로드가 펼쳐지며 향교 명륜당 마당에서는 단편 독립 예술영화가 주제별로 상영된다.
월정교에서는 경주에 산재된 문화재 옛 사진을 관람 할 수 있는 흥미진진 사진전을 비롯하여 한복을 입고 방문하는 분에게는 무료 캐리커쳐 체험 기회도 제공된다.
평소 개방이 잘 안되었던 석등이 있는 집에서는 월정교를 바라보며 국악마당이 열릴 예정이다.
야경은 어둠속 빛과 조명이 빚어내는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조형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월정교, 교촌, 계림, 동부사적지대, 동궁과 월지 등의 야간 경관조명을 밤 11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야숙은 경주 최부자 아카데미에서 전통한옥숙박이 준비돼 있다.
평소 일찍 문을 닫는 교촌 상가 음식점에서는 야간 연장운영과 함께 할인행사 등을 준비, 문화재 야행을 찾는 관광객에게 경주의 훈훈한 인심도 선사한다.
야시는 경주지역 공예인들이 참여하는 공예품 전시 및 체험마당을 마련하고 판매, 체험, 경매 이벤트도 열린다.
주낙영 시장은 “한 여름밤, 천년고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통해 과거가 현재로 나오고 관광객이 시간을 거슬러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잊지 못 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다음달 24일부터 25일까지 2차로 펼쳐지는 경주 문화재 야행에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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