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영역의 활성 조절에 의한 본능적 공포 반응 증폭 및 감소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설 때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 때문에 깜짝 놀라며 얼어붙듯이 몸이 저절로 멈춘 경험은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것이다.
이는 ‘동결(freezing)’이라 불리는 대표적 공포 반응으로, 만약 자동차 앞에서 몸이 멈추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 있다.
이처럼 포식자나 위험한 물체와 맞닥뜨렸을 때 적절한 공포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사람과 동물이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극도의 스트레스나 지속적인 생존의 위협에 노출된 사람들에게서 공포 반응을 조절하던 두뇌 회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최근 미디어를 통해 익숙해진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바로 그것이다.
위와 같은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수개월 이상의 상담 및 약물 치료를 통해야만 과호흡, 통제되지 않는 불안감, 불면증 등의 증상을 극복한 후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해외의 유명한 연구진들이 학습된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신경회로 원리를 규명한 바 있으나 본능적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회로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KAIST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와 한국뇌연구원(KBRI) 뇌신경망연구부 박형주 박사 공동 연구팀이 생쥐 실험을 통해 본능적 공포 반응을 결정하는 전두엽-편도체 뇌신경회로를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뉴런의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생쥐의 전측대상회 피질에 적용한 뒤 생쥐들을 포식자인 여우의 냄새에 노출시킨 상태에서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을 억제, 자극해 반응 변화를 살폈다.
그러나 생쥐는 여우 냄새에 대한 동결 공포 반응이 크게 증폭됐고, 반대로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을 자극했을 때는 공포 반응이 감소했다.
위 실험을 토대로 전측대상회 피질 자극은 트라우마 기억에 대한 학습된 공포 반응도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이는 것을 확인, 연구팀은 전측대상회 피질 영역 내에서 편도체로 연결을 맺은 일부 뉴런들의 성질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전측대상회 피질-배외측 편도체핵 하위 연결망이 전측대상회 피질과 동일한 선천적 공포 조절 기능을 수행함을 규명했다.
이 하부 회로를 억제시키자 여우 냄새에 대한 공포 반응이 증가됐고, 같은 회로를 자극시키자 공포 반응이 감소한 것이다.
또 생쥐를 잡아먹는 포식자인 코요테와 들쥐를 사용한 보강 실험을 통해 전측대상회 피질-배외측 편도체핵 회로의 선천적 공포 행동 조절 기능을 명확히 규명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신경망 추적(neuronal tracer) 기법을 활용해 전측대상회 피질의 하위 연결망을 탐색했는데 그 중 공포 반응의 출력에 중요한 뇌구조로 잘 알려진 배외측 편도체핵(BLA, basolateral nucleus of amygdala)에서 전측대상회 피질의 연결망을 관찰했다.
이후 한국뇌연구원의 박형주 박사 연구팀은 전기 생리학 방법을 이용해 전측대상회 피질-배외측 편도체핵 연결망이 단일 시냅스 흥분성 연결로 구성됨을 증명했다.
이번 실험은 선천적 공포 반응이 조절되는 원리를 최초로 규명한 실험이며 그동안 통각, 정서적 교감 능력이나 장기 기억 등의 역할로만 알려졌던 ACC 전두엽 회로에 의한 선천적 공포 조절 기능 발견은 다양한 공포-관련 질환에서 ACC 영역의 중요성과 발병 원리를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희 교수와 장진호 박사
한진희 교수는 “선천적 위협 자극에 대한 공포 행동반응을 코딩하고 있는 뇌 속 핵심 신경회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학술적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전측대상회 피질 신경회로를 표적으로 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기술 개발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호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7월 16일자 온라인 판에 논문명 ‘Anterior cingulate cortex and its input to the basolateral amygdala control innate fear response’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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