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제리너스 동성로점 1층 테라스에서 계명대학교 중앙동아리 버스킹밴드 ‘S.O.S’가 ‘버스킹 for 청춘’이라는 주제로 감미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특히 올해는 더 뜨거웠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에 이어 홍프리카(홍천+아프리카)‘ ’횡집트(횡성+이집트)‘ 등 폭염과 관련된 지역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그러나 대구는 익숙한 더위다. 오히려 무더위를 이용한 ’치맥페스티벌‘ ’대구국제호러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8월 대구 도심 전체가 문화 축제로 변모한 가운데 대구·경북권 주요 5개 대학교의 동아리연합 ’청춘화담‘이 도심 한가운데서 이색적인 동아리 체험박람회를 열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엔제리너스서 피어난 ’청춘화담‘
지난 11일 오후 대구 중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 ’대구 청춘을 꽃 피우다‘라는 주제로 ’2018 대구권 대학동아리연합 체험박람회‘가 개최됐다. ’청춘화담‘이 주최·주관하고 대구시, 대구문화재단, 엔제리너스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비교적 짧게 진행된 행사 시간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의 시민들이 다녀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목할 점은 경북대학교를 비롯해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가대 등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연합을 구성하고 체험박람회를 통해 이른바 ’요새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시민들에게 소개했다는 점이다. 대구 시내의 중심에 위치한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 이같은 행사가 열린 것도 신의 한수였다. 덕분에 10~20대 학생들과 주말을 즐기러 온 30대는 물론 커피를 즐기는 40~50대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함께 즐겼다.
11일 ‘2018 대구권 대학동아리연합 체험박람회’가 열린 대구 중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1500여명의 시민들이 오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 대구·경북 12개 대학동아리 체험박람회 ’성황‘
이날 대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은 대학동아리를 체험하려고 방문한 시민들로 발 디딜틈조차 없었다. 엔제리너스 1층에는 대학생 연합동아리 ’단미네일‘이 네일아트를 선보이고 있었다. 단순히 학생들이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급 네일관리가 아니었다. 네일을 업으로 삼겠다는 학생들이 모여 창업동아리로 활동한 지가 벌써 1년6개월이 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시민들의 엄지손톱에 예술을 꽃피웠다. 제한된 시간에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 1시간 이상씩 걸리는 손관리는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손톱네일을 받은 시민들은 ’단미네일‘에서 운영하는 매주 2~4회 클래스에도 신청하는 등 참여형 프로그램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엔제리너스 1층 바로 옆 외부와 연결된 테라스에서는 버스킹밴드 ’S.O.S‘의 감미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숲이 우거진 멋진 테라스에는 기타와 목소리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울려퍼졌다. 계명대학교 중앙동아리 ’S.O.S‘는 ’버스킹 for 청춘‘이라는 주제로 시민들에게 싱싱한 젊음이들의 노래를 선물했다.
버스킹을 만끽한 이미영(43·여·수성구)씨는 “요즘 대학생들이 그저 어린 철없는 학생들로만 생각했던 게 완전히 깨어졌다.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즐기면서 현실적인 감각까지 갖춰진 세대”라면서 “보수적인 대구에서 이같이 청년들의 번뜩이는 문화가 많이 기획돼 세대간 소통의 시간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춘화담은 5개 대학교 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아리 12개를 엄선했다. ▲계명대학교 중앙동아리 ’캘리그리나‘ ▲나만의 컬러를 찾는 이미지메이킹 ’브랜드‘ ▲대학연합동아리 네일아트 ’단미네일‘ ▲S.O.S 버스킹밴드 ▲강연과 멘토링 ’이룸‘ ▲대구대 독서토론 ’라온책방‘ ▲경북대 기적의 아침 동아리 ’MARKER‘ ▲직장인 동호회 상담재능기부 D-COY ▲영어·중국어·일본어 회화 동아리 등이다.
11일 대구 중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 학생들이 대구대 독서토론 ‘라온책방’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 현실과 이상 두마리 토끼를 잡다 ’캘리그리나‘ ’이룸‘
시민들에게 가장 주목받은 것 계명대학교 중앙동아리 ’캘리그리나‘와 대학교연합 강연·멘토링 ’이룸‘이다. 단순히 글과 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수준이 아니다. 주회원 40명을 보유한 ’캘리그리나‘는 2016년 5월에 시작해 벌써 2년째. 매주 4회 주제별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300여명이 캘리를 배웠다고 한다. ’캘리그리나‘의 전문성이 외부에 자연스럽게 알려지면서 현재는 사업체 간판을 제작하는 등 국내 사업에 발탁, 이상과 현실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캘리그리나 회원 오예지(여·23) 씨는 “캘리를 통해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되자는 취지로 뭉쳐진 작은 동아리가 현재는 외국인 회원까지 보유할 정도 커졌다. 앞으로 청춘회담과 함께 대구의 청년문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동시에 NGO단체 또는 중소기업과도 협업해 진짜 성공이 뭔지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계명대학교에서 취업스터디로 시작했다고 강연기획동아리로 발전하게 된 ’이룸‘ 동아리는 실질적인 자기계발 강연과 멘토링을 하고 있다. 김현미(여·28) 씨는 “초창기에는 장소 대여부터 경제적인 부분까지 어려운 게 한 둘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500여명에 육박하는 청강생이 다녀간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짜 자기계발은 쉽고 편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과 역경을 직접 부딪치고 끝까지 인내하는 동료들이 있어 지금의 발전이 가능했다”면서 “앞으로도 생활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자기계발 강연과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더 큰 꿈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대구 중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 학생들이 계명대학교 중앙동아리 버스킹밴드 ‘S.O.S’를 소개하고 있다.
# ’진짜 원하는 일을 하면서 꿈을 이루고 싶다‘
청춘화담의 목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관념 또는 기성세대들이 제시하는 기준의 행복과는 확연히 다르다. 오형준(28) 청춘화담 대구대학생연합동아리 대표는 한마디로 행복의 기준이 바로 ’자기자신‘이라고 했다. 오 대표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 어른들이 원하는 행복의 기준보다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행복을 찾자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대구 지역 대학교에는 수백여개의 동아리가 산재해 있다. 이 가운데 청춘화담에는 30여개의 산하 동아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대학동아리는 친목도모를 위한 일회성 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 새로운 만남을 넘어 문화를 기획하고 새로운 것을 재창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대한 충분한 연계지원이 없어 대학졸업과 함께 대부분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 대학생 동아리 활동의 한계을 느낀 오 대표는 전원근(26) 청춘화담 현 사무국장과 함께 작은 스터디모임을 시작, 지속적이고 연속성 있는 동아리로 발전시키면서 현재 대구권 10여개의 대학교에 등록회원 1000명 규모의 연합동아리를 만들게 됐다.
11일 대구 중구 엔제리너스 동성로점에서 경북대 기적의 아침 동아리 ‘MARKER’ 회원이 강연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오 대표는 “앞으로 청춘회담의 번뜩이는 사고와 기획력으로 ’젊은 도시 대구‘라는 동기부여 컨텐츠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이를 구현화하는 대구만의 청년문화를 개척하고 다양한 분야의 학습·취미·문화 영역을 개발하는 등 ’요새 젊은이들의 진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행사를 위해 자리를 선뜻 제공한 엔제리너스 점장도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김동건(32) 엔제리너스 동성로점 점장은 “저 역시 20대에 취업난을 겪으면서 ’원하는 이상‘과 ’안정적 현실‘의 기로에서 늘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커피‘라는 이상을 현실로 만들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청춘화담‘처럼 자신만의 꿈을 찾아 도전하는 젊은이들은 물론 삶의 무료함에 지쳐 새로운 꿈을 꾸는 모든 이들에게 엔제리너스는 항상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춘화(花)담‘은 ’현실에 포기하지 말고 꿈을 함께 꽃피우자‘는 의미로 출범한 대학교 동아리연합으로 경북대학교를 비롯해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대가대 등 주요 5개 대학의 동아리 30여개가 합류해 있다. 단순히 여러 동아리 간의 협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섭외·홍보부터 연출, 촬영, 안내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한 행사에 융합됨으로써 수준 높은 대구청년문화를 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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