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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 | ||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전윤철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가 금리 조정문제로 정면 대결에 나섰다. 박 총재는 지금 금리를 일정부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전윤철 부총리는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금리 인상논쟁은 재경부 관리를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시기상조론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리 인상 적기론으로 확산되며 충돌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정태 국민은행장 등 12개 시중은행장들이 박승 총재의 금리인상 적기론에 손을 들면서 전윤철 부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12개 은행장들은 이날 박승 총재 주재로 열린 정례 금융협의회에서 “현재의 저금리 기조와 증가율 12%대에 달하는 총통화(M3) 증가세는 경기회복에는 도움을 주지만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8월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돈이 투자처를 못찾고 떠도는 것) 현상이 심화돼 부동산 인플레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박 총재는 오는 10월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목표치를 현재의 연 4.25%에서 4.5%로 0.25% 포인트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윤철 부총리 등 재경부가 금리 인상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박 총재와 전 부총리의 금리논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박승 총재는 경기부양을 위해 취해진 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시중에 풀린 과잉 유동성(통화)이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은이 우려하는 부작용 중 하나는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시장의 거품 가능성. 최근의 아파트값 급등은 너무 많이 풀린 시중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최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은 조사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56%가 부동산 구입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의 가계대출 증가액(90조원) 중 약 40조원이 부동산에 몰렸다는 것. 소비 과열로 인한 국제수지 악화현상도 경제의 안정기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전윤철 경제 부총리는 금리인상 적기론에 맞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재경부의 입장은 “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 국제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처지가 아니다”는 것. 더욱이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상황도 여의치 않은데 금리를 올린다면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켜 경제 전반이 위험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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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윤철 | ||
전윤철 재경부 장관은 틈만 나면 “금리를 올려도 부동산 안정 효과가 별로 없으며 대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심리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박 총재에 대해 압박하고 있다. 전 부총리의 주장은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가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식시장과 투자 마인드, 소비심리 등에 영향을 미쳐 경기 상승세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얘기인 것이다.
이 논쟁의 이면에는 한은과 정부 자체가 지닌 이해관계가 깊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강하다는 게 금융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현행법상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는 한은이다. 박승 총재에게 금리인상의 결정권이 주어져 있다는 말이다. 물론 박 총재가 단독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은 산하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를 결정한다. 문제는 금통위의 구성 멤버다. 재경부 장관이 추천하는 인사가 금통위에 소속되고, 상당수 위원들 중에는 전 부총리와 의견을 같이 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전 부총리는 왜 금리인상에 극구 반대하는가 하는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당연하고, 정부로서는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속사정도 있다. 그러나 현재 재경부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 금리가 올라갈 경우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현정부 들어 가장 앞서 내세우고 있는 치적 중 하나가 주가상승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금리문제는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을 점진적으로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아닌 점진적 인상은 현 경제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음에도 굳이 이를 정부가 외면해야 할 뚜렷한 배경을 찾기 힘들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특히 금리 결정권이 한은과 금통위에 있음에도 재경부가 감놔라 대추놔라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상당수 경제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