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닉스가 스포츠토토 인수무산을 선언한 이후 그 무산 배경을 둘러싸고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과 스포츠토토의 사실상의 오너인 송재빈 TPI 사장의 역할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송 사장이 TPI의 스포츠복표 사업권 인가 문제로 구속됐다 풀려난 직후 협상이 결렬됐기에 더욱 그렇다.
가오닉스는 “인수 계약의 조건이 되는 ‘기본이행 합의서’ 내용을 TPI쪽에서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TPI에선 가오닉스가 약속했던 운영자금 지원을 하지 않는 등 가오닉스가 계약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오닉스쪽에선 “TPI와 로토토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가오닉스에서 추천하는 이사와 감사를 뽑는 주주총회를 각각 8월22일과 9월13일에 열기로 했으나 주총을 취소하고 안건을 바꿨으며, 주식 실물을 이전하지 않는 등 기본 이행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오닉스는 자회사인 가오닉스스포츠를 통해 지난 7월4일 체육복표 사업을 하고 있는 TPI의 대주주인 (주)밸류라인벤처 등과 TPI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었다. 그때 가오닉스스포츠의 김진우 사장은 “조건부 계약으로 TPI와 스포츠토토 등 관계회사에 대한 구체적 실사 결과를 반영해야 유효한 계약”이라고 밝혔었다.
그 계약으로 가오닉스는 TPI의 지분 15.6%를 확보한 1대주주가 되는 동시에 스포츠토토의 경영권과 (주)로토토 등 TPI의 자회사 경영권도 확보하게 됐었다. 하지만 지난 7월25일 가오닉스쪽에서 ‘스포츠토토 인수작업 난항’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협상작업에 이상이 있음이 외부로 알려졌다.
김진우 사장은 “조흥은행, LG CNS 등 채권단에서 가오닉스쪽의 감자 및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자본금 26억원의 (주)한국전자복권을 추가 인수후보로 유치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한국전자복권이 직접 나서지도 않은 상황에서 주채권자인 조흥은행이 앞에 나서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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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과 가오닉스의 매각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 ||
스포츠토토에게 1천6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선 조흥은행이나 7백50억원의 미수금을 갖고 있는 LG CNS가 스포츠토토 정상화를 서둘러야 함에도 2백억원의 현금담보, 채무감면불가 등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며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
김 사장은 “가오닉스가 스포츠토토의 지분 55%를 갖고 있는 TPI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3의 투자자가 어떻게 스포츠토토에 투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순탄치못한 협상은 결국 9월 초 동양제과의 TPI 인수설 돌출에 이어, 9월5일 가오닉스의 ‘협상 결렬 선언’으로 이어졌다.
눈길을 끄는 점은 동양제과쪽에서도 내부적으로 이미 ‘인수 불가’를 선언한 상태에서 동양의 TPI 인수설이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동양제과그룹 계열의 외국인전용 복권 사업체인 코로토의 이성한 사업본부장은 “7월 한 달 동안 사업 검토를 하다가 생각보다 부채가 많아 8월 초 인수 메리트가 없다고 내부입장을 정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끝난 얘기이고 채권단과도 정식으로 접촉이 없었던 상태에서 새삼스레 나도는 게 오히려 어리둥절하다는 것. 가오닉스의 결렬선언으로 스포츠토토의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 시도는 일단 중단됐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부분은 송재빈 TPI 사장의 행보다. 송재빈 사장은 지난 봄 체육복표사업 인허가 과정과 관련돼 구속됐다가 지난 8월16일 보석으로 나왔다. 그는 구속돼 있을 때도 박아무개 전무를 통해 매각협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석 이후 좀 더 직접적으로 매각작업을 챙겼다는 것.
송 대표는 구속 당시 TPI와 조흥은행, 인성정보, LG CNS, 스포츠토토 등으로 결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 “스포츠토토 사업의 정상화와 신규 대주주 영입을 위해 내가 갖고 있는 TPI 및 스포츠토토에 대한 경영권과 지분을 모두 포기해 새로운 대주주 영입을 통한 추가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었다.
그의 이런 의사 표명으로 가오닉스와 TPI의 협상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보석으로 나온 이후 오히려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사실상 물건너 간 동양제과의 인수설이 흘러나온 것이나 가오닉스와의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게 TPI의 몸값 높이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TPI가 가오닉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매각 대금이 37억여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송재빈씨는 가오닉스와의 협상 결렬 뒤 ‘좀 더 크고, 좀 더 자금력이 있는 회사에 넘기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물로 전락한 스포츠토토가 어떤 활로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