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는 이어 지난 8월22일 제81차 회의를 열어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KTF의 대리점 수수료 지급행위 조사 결과 KTF가 앤알과 선불요금제에 대한 사실상의 독점계약을 맺고 일반 대리점 수수료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35%의 선불카드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이 인정돼 이를 시정할 것을 촉구한다”
겉보기엔 공기업격인 KTF가 민간기업인 앤알컴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한 것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단순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앤알이라는 회사의 실체를 알고나면 문제는 좀 달라진다. 이 회사가 이상철 현 정보통신부장관의 친인척이 몸담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앤알과 KTF의 관계는 지난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상철 장관(당시 KT 사장)과 관련된 ‘친인척 특혜설’ 시비에 오르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통신위의 시정명령 결정은 지난해 제기된 특혜시비를 사실로 입증해주는 부분이다. 물론 현행법상 다단계판매사를 통한 선불카드 판매가 불법행위는 아니다.
새롬기술이나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등 인터넷 전화업체들도 다단계판매회사와 손잡고 시장 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KTF의 경우 앤알커뮤니케이션과 손잡은 부분에서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이 진작부터 있었고 KTF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해온 부분이다.
지난해 9월11일 김진재 의원(한나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양승택 정통부 장관에게 당시 업계에서 제기됐던 ‘앤알과 KTF의 관계’에 대해 정식으로 질문을 했다.
그때 김 의원은 양 장관에게 “KTF가 자사의 선불카드 사업을 나라콤과 불공정 계약을 하여 회사 수익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데 나라콤의 중요관계자가 KTF 이상철 전 사장(현 정보통신부 장관)의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불만이 많지만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으므로 정통부에서 감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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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 | ||
김 의원은 이 사실을 밝힌 사람이 KTF의 전 감사실장이었던 김아무개씨라며 이 ‘주장’의 근거를 내놓았다. KTF가 나라콤에 ‘특혜를 주었다’는 근거로 김 의원이 제시한 사항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이상철 장관이 KTF 사장 시절인 지난 99년 12월28일 선불카드 전국판매권을 대우정보시스템을 거쳐 다단계판매실적이 하나도 없고 설립된 지 불과 1개월에 불과한 나라콤에 주었다는 점이다.
당시 결재권자는 이상철 KTF 사장이었다. KTF는 선불카드 판매권을 하청회사인 대우정보시스템에 넘겨주는 계약을 99년 12월30일 맺었고, 대우정보시스템은 그 이틀 전인 12월28일 설립된지 15일밖에 안되는 나라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대우정보시스템이 나라콤의 지분 10%를 갖는 조건.
이어 2000년 1월14일 대우정보시스템은 선불카드 판매권을 다시 나라콤에 넘겨줬다. 이유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이란 것. 하지만 이 장관의 조카인 이아무개씨가 나라콤의 재무담당이사로 재정을 총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것이 친인척 특혜설의 빌미가 됐다.
두 번째로는 나라콤이 선불카드를 공급하는 KTF로부터 45~50%의 파격적인 할인율의 특혜를 받아 다단계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 경험이 없다 하더라도 이익을 올릴 수 있는 명백한 특혜”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2000년 1월20일에 맺은 1차 계약 뒤 2000년도 사업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여 할인율이 30% 안팎이 되자 2000년 6월15일에 약정서를 바꿔 할인율을 45~50%로 소급적용시켜 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나라콤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1백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 김 의원측의 의혹 제기였다. 이런 질의에 대해 양승택 당시 장관은 “이것을 자세하게 파악해서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질문과 답변은 얼마 뒤에 흐지부지됐다. 김 의원 쪽이나 정통부 쪽이나 답변 결과에 대해 이렇다할 얘기가 없었던 것. 다만 김 의원의 질의 직후 KTF쪽에서 “KTF와 나라콤은 전략적 제휴를 맺은 사실이 없으며 조카 이씨의 경우는 이동통신 대리점 운영경력 등 관련 분야 경험이 풍부해 나라콤 자체 판단과 본인의 의사로 입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라콤 홈페이지에는 지금도 ‘99년 12월28일 KTF와 대우정보시스템과 계약을 통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게재돼 있다. 또 이번에 근 1년 만에 통신위에서 KTF가 나라콤에 사실상의 독점 계약을 줬다는 점, 일반대리점 수수료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선불카드 수수료를 지급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은 지난해 김 의원의 질의가 사실이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F는 “통신위의 시정 시정명령에 따라 선불카드 수수료를 45%에서 35%로 줄였다”고 밝혔다. 또 나라콤에 독점을 줬다는 부분에 대해 “계약서상 독점을 준다는 말이 없었고 다만 프리마케팅 차원에서 나라콤에게 줬을 뿐”이라며 “통신위 시정 명령 이후 선불카드 판매권을 복수체제로 전환 준비중”이라고 해명했다.
앤알은 “(특혜설의 근거가 됐던) 이 이사가 지난해 말 퇴사해 관계가 끊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앤알은 지난해 가입자 4만명에 5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