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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태평로사옥 | ||
한 때 풍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미신이라 하여 문제가 된 적도 있었으나, ‘지관’을 보는 것은 요즘에도 어떤 형식으로든 존재하고 있다. 국내 재계의 4대 재벌로 통하는 삼성, LG, SK, 현대차. 이들 재벌의 사옥은 ‘기업의 얼굴’이자 ‘기업의 위상’으로 보일 정도로 상징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들 사옥의 위치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었던 탓인지 너무 우리에게 익숙해져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당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삼성의 태평로 사옥, LG의 여의도 쌍둥이 빌딩, SK의 서린동 사옥, 현대차의 양재동 사옥. 국내 재벌들의 사옥 설립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으며, 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팔기도 하고, 이사하기도 하는 등 각 재벌 기업의 위상을 반영해준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재계 순위 1위였던 현대그룹 계동 사옥의 경우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그 위엄이 느껴지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 한 때 ‘현대맨’으로 북적거렸던 현대 계동 사옥에는 이제 계열분리를 마친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2000년 그룹 사옥인 여의도 ‘트윈타워’와 역삼동 ‘LG강남타워’를 매각할 결심을 한 적도 있다. LG그룹의 구조조정계획에 포함됐던 사옥매각 계획을 슬그머니 철회시켰지만, 당시 재계에서는 ‘회사 얼굴’인 사옥까지 팔아야 하느냐, 사옥을 파는 것이 득이 되는 것이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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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서린동사옥 | ||
▲삼성 태평로 사옥 삼성그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사옥이 들어선 곳은 남대문과 마주보고 있는 태평로 일대. 검붉은 화강석의 삼성생명빌딩과 그 옆에 나란히 있는 흰색의 삼성본관이 태평로 한가운데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본관은 모두 28층짜리 건물.
삼성본관은 지난 1970년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위치를 정해 삼환기업을 시공사로 선정, 사옥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삼성본관이 있었던 곳은 을지로 입구. 당시 저층 빌딩이었던 삼성본관 건물을 옮긴 이유는, 서울의 중심지이자 관공서 등이 밀집해 있는 비즈니스 공간으로 사옥이 들어서기에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
특히 고 이병철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 때 장안에서 제일가는 관상가를 자기 옆에 앉혀놓고 응시자들의 인성을 나름대로 평가할 정도여서 사옥위치를 선정할 때도 신중을 기했다고 한다.
삼성 본관이 들어앉은 자리는 과거 핵심상권이었던 숭례문(남대문) 상가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자본주의가 발달한 곳. 정부 수립 이후 도심 재개발이 제일 먼저 시작된 곳도 이곳 태평로다. 실제로 풍수지리학자들은 이 지역을 두고 북한산의 기운과 돈이 가장 많이 흘러다니는 상권의 요지라고 말할 정도.
▲LG 여의도 트윈타워 LG그룹은 지난 60년대 말 당시 서울시가 주도한 ‘여의도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여의도 땅 5천여평을 매입했다. 한동안 공터였던 LG소유의 여의도 땅은 지난 80년대 초 전경련 회관이 들어서고 난 후, 빌딩 공사가 착수됐다.
지난 83년 시작된 공사는 87년 완공됐고, 당시 흩어져 있던 럭키금성의 임직원들이 여의도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시 설계를 맡았던 곳은 미국의 유명 건축회사인 SOM사, 시공은 LG건설이 맡았다.
LG관계자에 따르면 SOM사는 허허벌판에 불과했던 여의도에는 같은 양식의 쌍둥이 빌딩을 세우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 특히 마포대교 건너편에서 여의도를 볼 때 쌍둥이 빌딩은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고 했다는 것.
이와는 달리 구-허씨 두 가문이 함께 LG를 세웠다는 점을 감안해 양가를 주축으로 한 평화로운 공존을 뜻하는 의미에서 같은 빌딩을 나란히 짓지 않았겠냐는 얘기도 제법 설득력있게 나돌았다. 한편 LG의 쌍둥이 빌딩은 가끔 외국 바이어들이 놀랄 정도의 화려한 조망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SK 서린동 사옥 SK는 재벌그룹으로서는 드물게 지난 99년이 돼서야 자사의 이름을 내건 사옥을 지을 수 있었다. SK관계자에 따르면 SK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계열사별로 편한 곳에 임대로 살아왔기 때문에 딱히 그룹사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없었다는 것.
그러나 SK는 얼떨결에 지금의 서린동에 35층짜리 사옥을 세우게 됐다. SK본사가 있는 서린동은 유명한 유흥호텔이었던 ‘스타다스트’호텔이 자리잡고 있던 곳. 지난 90년대 초반 ‘스타다스트’호텔의 재개발 시공을 맡았던 SK건설은 재건축 건축주가 자금난에 허덕이자, 이 건물을 사들여 총 35층 규모로 지었다고 한다. 이후 현 여의도 교보증권 건물에 있는 SK(주)직원들과 남산 그린빌딩에 있던 SK텔레콤 직원들이 지난 99년 10월경 이주해 와 현재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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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여의도사옥 | ||
이곳이 터가 좋은 것 같다”며 흡족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옥의 1층에는 자동차 회사답게 각종 자동차가 세련된 모습으로 전시돼 있으며, 일반 고객들을 위한 헬스클럽 등도 들어서 있다.
당시 현대차는 광화문 현대해상화재 건물, 무교동 파이낸스 센터 등으로의 입주를 검토했다가 양재동을 최종 낙점했다. 그 이유는 현대차 지방 공장을 다니기 편리하다는 것. 서울의 입구에 있기 때문에 지방공장과 물류기지 등을 돌아보기에 편한 위치에 있다는 것. 특히 청계산 등 주위에 산이 버티고 있어 지형적으로도 낙점받기 수월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은 계동에서 양재동 사옥으로 이사하면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2개월만에 이사를 완료해, 타 재벌그룹들이 ‘이사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문했을 정도라고 한다. 정혜연 기자 ch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