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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덕훈 우리은행장 | ||
자산규모 89조원의 우리은행은 지난 99년 한일과 상업은행이 합쳐 한빛은행으로 출범했으며, 다시 지난해 12월 평화은행을 합병해 지난 5월 우리은행으로 재출범했다. 이 때문인지 이 은행은 그동안 여러 은행 출신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적지 않은 갈등이 잠복해왔으며, 특히 우리은행으로 재출범한 뒤에는 고위 경영진 내분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이 은행은 최고 경영인에 대한 투서설, 편파인사 의혹 등이 불거지는 등 갈수록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이 같은 경영내분설의 중심에 지난해 3월 행장으로 임명된 이덕훈 행장이 거명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이 행장과 관련된 의문의 투서가 감사원, 금감원 등 여러 기관에 잇따라 접수됐다는 뜬금없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이 행장과 관련된 투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며, 만일 투서가 사실이라면 근거없는 음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금융가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은행 비서실 라인의 관계자가 이 행장의 특별 지시로 투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월 초부터 동분서주했다”고 전해 우리은행측이 밝힌 “투서 자체를 모른다”는 해명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또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도 “최근 우리은행측이 이 행장의 투서설이 나돌면서 예민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행장과 관련된 투서가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금융계의 추측이다.
우리은행의 경영내분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3월 이덕훈 행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당시 이 행장의 인사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특급 승진’ 정도가 아니라, ‘깜짝 승진’이라고 봐도 좋다고 할 만큼 전격적이고, 파격적이었다. 삼선고-서강대 수학과 출신인 이 행장은 미 웨인스테이트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퍼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지난 81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지난 98년 상업, 한일은행 합병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아 금융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행장은 이후 특별한 직위를 갖고 있지 않다가 지난 2000년 5월 대한투신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금융계 전면에 부상했고, 우리은행 출범 직전이던 지난해 3월 당시 한빛은행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이 행장은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금융 현업에 몸담기보다는 학자적 입장에서 주로 금융기관 등의 자문이나 연구원 등을 역임한 게 특징이다.
이 행장이 실제로 업계에서 ‘전형적인 학자 출신’의 은행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은행이라는 조직 자체가 상당히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행원 출신이 아닌 연구원 출신인 이 행장의 발령은 한일-상업은행이라는 양대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한빛은행 내부에서 환영받을 일은 아니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실제로 금융 관계자들은 “행내 인사가 있기 전, 일부 임원들 사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한다’는 불만이 터지는 등 비토세력도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것은 올해 봄부터 정부기관으로 날아들고 있는 내부 고발 투서들. 특히 지난 8월 초 우리은행이 정기 인사를 단행하고 난 직후, 이 투서들이 또다시 감사원, 금감원 등에 날아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월 단행된 우리은행 임직원 인사에서 이 행장이 측근 라인 인사들은 대거 승진시키고, 과거 한일-상업은행 출신들은 대거 축출했다는 편파인사 시비가 터져나와 잠복됐던 내분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이 인사에서 이 행장의 ‘신 5인방’으로 안팎에서 알려진 2명의 부행장과 본부장급인 K씨, P씨, 또다른 K씨 등이 임원급으로 전격 승진한 것이 내부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행장을 주축으로 한 ‘신 5인방’은 행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예고 인사마저 단행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 8월 인사에서는 1백여명 정도로 소수 인원을 발령냈으며, 일부의 불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계 일각에서는 4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 은행이 ‘아시아 최고의 은행’을 만들겠다는 취지 하에 1천억원대에 이르는 컨설팅 비용을 지출해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에도 우리은행에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액센츄어 등에서 급파된 컨설턴트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설팅 명목으로 프로젝트당 지급되는 비용이 1백억원대임을 감안하면, 한해에 지출되는 컨설팅비는 1천억원대에 달하는 셈이다.
우리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과거에 컨설팅을 받았으나 현재에는 받고 있지 않으며, 지출 비용도 4백억원 선”이라고 해명했다. 어쨌든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클린뱅크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우리은행이 경영내분이라는 뜻밖의 암초에 걸려 비틀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진정한 클린뱅크는 내부정리부터 먼저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