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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현 대차 아산공장에 들렀다. 맨 왼쪽에 보이는 이가 이번 인사 에서 승진한 최한영 부사장. | ||
그러나 이날 인사는 질적으로 보면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장을 지낸 전천수 부사장을 현대차 울산공장장으로 전보한 것을 뺀 나머지 9명은 승진이었다. 승진된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 인사가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홍보 및 해외담당인 최한영 전무가 부사장에 올랐고, 재무팀 임원이던 이정대, 채양기 상무가 전무로 점프했다. 기아차를 합병한 뒤 핵심파트를 맡았던 품질사업부장인 신도철 전무를 소하리공장장 겸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현대차의 이번 인사에서 특히 주목받은 인물은 최한영 부사장이었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 직후 MK사단의 중심에 합류한 뒤 홍보, 해외마케팅을 맡은 최 부사장은, 비교적 MK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기간은 짧지만 승진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최 부사장의 부상은 그의 탁월한 업무능력이 승승장구의 배경이기도 하지만, 재계에서 홍보실장들의 입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IMF 이후 홍보업무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점에서 홍보 관계자들의 사내 입지도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예전의 경우 오너 일가의 방패막이 역할에 국한됐던 홍보 업무가 이제는 기업마케팅의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에서 명성이 높은 홍보 임원으로는 선두 재벌의 경우 삼성그룹의 이순동 부사장, 현대차그룹의 최한영 부사장, SK그룹의 이노종 전무, LG그룹의 정상국 상무 등이 가장 먼저 꼽힌다. 포항제철 윤석만 전무, 롯데그룹 최형 이사, 한화그룹 정이만 상무, 한솔그룹 고명호 상무, 신세계 김순복 상무, 두산그룹 김진 상무, 코오롱그룹 이활용 전무, 진로그룹 김영진 상무, 한진그룹 김호택 상무, 동양그룹 김영훈 상무 등도 홍보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인 홍보맨들이다.
삼성그룹의 홍보파트에서 20년 이상을 몸담아온 이순동 부사장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삼성 홍보 주력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인 이 부사장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이건희 회장 시대에 이르기까지 삼성 홍보팀을 이끌고 있다.전통적으로 재계에서 가장 강력한 팀웍을 자랑하는 삼성홍보팀의 저력은 고정웅-이순동 인맥이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분가한 뒤 현대차의 홍보실을 이끌고 있는 최한영 부사장은 홍보 경력은 짧은 편이지만 대내외 입지가 매우 탄탄하다. 난제에 부닥쳤을 때 강한 추진력을 보이는 최 부사장은 친화력도 겸비해 언론계에서는 그를 ‘큰 형님’으로 부를 정도다.
SK그룹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노종 전무도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재계 홍보의 산증인이다. 올해로 20년 가까이 홍보분야에서 일해온 그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대학강단에도 서고 있다.
최종현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을 때 탁월한 언론업무를 수행해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 전무는 언론계와의 두터운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시원스런 성품을 지닌 그는 상대방에게 짜증을 내거나 불쾌하게 만드는 법이 없기로 유명하다.
LG그룹 정상국 상무는 수려한 외모와 차분한 성품을 지녀 홍보계에서는 ‘선비’로 불린다.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닥치더라도 화를 내거나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법이 없어 붙여진 별명이다. 정 상무는 상대방이 자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지가 관철될 때까지 집요하게 반복해 설명하는 끈기를 소유하고 있다.
홍보계의 거목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포스코의 윤석만 전무. 포스코의 전설적 홍보맨인 이대공 전 부사장(현 포항제철학원재단 이사장)의 홍보계보를 잇고 있는 윤 전무는 언론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이다. 윤 전무는 한동안 본업(?)에서 벗어나 계열사에 몸담고 있다가 최근 유상부 회장과 관련한 문제가 터진 후 홍보실로 복귀했다. 홍보는 몸으로 한다는 게 윤 전무의 홍보철학이다.
롯데그룹 홍보의 산 증인인 최형 상무는 구수한 말쏨씨와 재치로 유명하며, 한화그룹 정이만 상무는 홍보를 전담한 것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친화력을 지녀 두터운 언론계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한솔그룹 고명호 상무와 신세계그룹 김순복 상무는 삼성에서 분가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 고 상무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인사 업무를 맡는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니고 있어 현재 그룹 경영기획실도 주도하고 있다. 김순복 상무 역시 모나지 않은 성격과 빠른 상황대처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재계 홍보맨들이 점차 기업경영의 핵심에 다가서는 것은 경영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홍보맨의 주요업무가 방어적 홍보였던데 반해 최근들어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공격적 홍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홍보맨들의 업무 특성상 대내외에서 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특정업무에 매달리는 다른 조직원보다 훨씬 폭넓은 식견을 가지게 되는 장점도 있다. 홍보맨들이 각광받는 이유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