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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개시 후 2년 만인 지난 98년 공정위는 까르푸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98년 한 해 동안 무려 세 차례에 걸쳐 비슷한 혐의로 강력한 행정처분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당시 공정위는 까르푸에게 엄포를 가했을 뿐, 세 차례의 법 위반에도 과징금은 모두 8천6백여만원만 부과했다.99년부터 공정위는 좀더 강하게 까르푸를 압박했다. 지난 99년에는 1억1천3백만원을, 2000년엔 1억4천5백만원을, 지난해에는 5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과징금을 물렸다.
이처럼 해마다 건당 과징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다가 올해는 1건 위반에 7억5천4백60만원이라는 엄청난 과징금을 물린 것이다. 이 정도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경우는 유통업계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며, 탈법 정도가 매우 심각함을 의미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게다가 공정위는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까르푸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공정위가 어느 정도 까르푸를 압박하고 있는지 강도를 엿보게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대형 할인점은 신세계의 이마트, 롯데의 롯데마트(구 마그넷) 등 국내 업체 외에, 삼성홈플러스, 월마트 등 외국 업체들도 여러 군데다. 그러나 유독 까르푸가 공정위로부터 제재조치를 자주 받자, 업계에서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는 음모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까르푸 관계자도 “공정위가 까르푸를 표적삼아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까르푸는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내릴 때마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맞불작전을 쓰고 있다. 까르푸는 지난 1963년 프랑스에 세워진 대형 할인점으로, ‘하이퍼마켓’이라는 신유통 분야를 개척해, 40여년간 할인점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까르푸가 내세운 ‘하이퍼마켓’은 슈퍼마켓과 할인판매점, 창고 소매업태 중 장점만을 결합해 만든 새로운 유통업태로 유럽, 남미, 아시아 등지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까르푸는 현재 전국에 2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안산, 대전, 청주 등지에 새로운 매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1천4백억원의 매출을 기록, 매년 상당한 흑자를 기록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까르푸는 국내에서 영업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의 불매운동, 납품업체들의 공정위 제소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까르푸가 지난 6년간에 걸쳐 공정위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것은 원인도 다양하다.
대형 상점의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각종 명목의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시키거나, 일방적으로 직매입 상품을 부당하게 반품하는 것, 상품가격이 다른 경쟁사보다 싸다는 허위 광고를 내보낸 것 등이 그 이유. 그러나 유독 까르푸와 공정위가 다투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까르푸의 경영방식의 특이점 때문.
공정위 유통거래과 관계자는 “까르푸는 납품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 비용을 협상단계에서 반영시키는 것이 아니라 차후에 부담시키는 구조로 돼 있어 납품업체들로서는 나중에 예측하지 못했던 비용들을 추가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형 업체가 자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불공정 거래행위’라는 것.
현재 까르푸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2천여 개 정도다. 대형 할인점의 경우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 납품업체들에게는 독점적인 납품을 하도록 강요한다. 때문에 까르푸 납품업체들은 차후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는 영업방식의 불공정 거래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까르푸가 프랑스계 업체다보니 이러한 경영방식이 불공정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수차례에 걸쳐 경고를 했으나 개선되지 않아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까르푸 관계자는 “최근 지적받은 배달사고액의 납품업체 전가사건은 해당 부서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항이어서 나중에 납품업체에 부담한 금액은 회사가 보전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방식의 차이점 외에도 공정위와 까르푸의 보이지 않는 악감정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까르푸는 공정위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을 때마다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현재 까르푸가 행정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 계류중인 소송만 해도 3건이나 된다. 까르푸는 공정위가 지난 99년 9월, 2000년 3월, 2001년 5월에 부여한 과징금에 대해 불복,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
공정위로서는 시정조치를 내릴 때마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거는 까르푸에 대해 악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지난해 10월 말 서울고법은 까르푸가 “과징금 1억1천3백여만원을 취소해달라”며 지난 99년 9월 공정위가 내린 처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정위의 처분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까르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에 불복해 현재 항고를 한 상태다. 공정위와 까르푸는 지난 6년 동안의 과징금 부여 등 사안에 관해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법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들의 싸움은 계속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