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만에 모교 계명대 찾은 한상기(좌), 민난희 부부 (사진=계명대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지난 10일 한 노부부가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찾아 캠퍼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미소를 보였다. 미국 시애틀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한상기(남·74), 민난희(여·72)씨가 출장 차 한국에 와 모교를 찾은 것이다.
민난희 씨는 계명대 교육학과를 1969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네브라스카 주 헤이스팅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1971년 이스턴 몬타나 대학에서 교육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3년에는 몬타나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시애틀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49년 만에 모교를 다시 찾은 민 씨는 “어려운 시절 캠퍼스를 누리며 열심히 살아온 젊은 날을 항상 회상해 왔다”며 “60년대 배고픈 사람들이 아직 많았던 우리나라에서 주위에 많은 도움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니 오늘날의 내가 있기까지 모교가 그 밑거름이 됐던 것 같다”며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면서 모교를 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어렵게 시간을 내 남편과 같이 캠퍼스를 둘러보니 지난 세월 동안 이렇게 발전한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민 씨의 남편 한상기 씨는 “45년 간 결혼생활을 해오며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부인의 학교를 둘러보니 인품이 어디서 나온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민 씨는 미화 1만 달러를 장학금으로 선뜻 내놓았다. 그는 “자신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유학생활 때도 모두 장학금을 받아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며 “그동안 받은 것에 대해 보답하고 후배들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인생은 여정과 같다. 여정은 믿음, 건강을 바탕으로 세계를 여행하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 모교인 계명대를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은 그 동안 받은 것을 베풀어야 된다는 신의 뜻으로 여겨 적은 금액이지만 여기에 유산의 일부를 남기며 받은 은혜를 되갚는 마음으로 장학금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들 부부는 시애틀에서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신일희 총장은 “기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계명대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기까지 이런 훌륭한 동문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내년에 우리 계명대는 창립 1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120주년 기념행사에 두 분을 꼭 초청해 학생들에게 훌륭한 선배들을 소개시켜 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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