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학서 신세계 사장(사진 오른쪽)과 구정모 대구백화점사 장의 경영제휴 계약 체결 조인식 장면 | ||
국내 최대 유통강자인 롯데와 신세계가 대구 달구벌에서 한판 승부를 준비중이다. 이들 두 유통 강자가 대구에서 한판 승부에 나선 것은 이 지역을 석권해오던 대구백화점, 대백쇼핑, 태화쇼핑 등 지방 백화점들이 잇따라 침몰하면서 사실상 주인없는 땅이 된 때문. 이에 따라 최근 신세계는 대구백화점과 경영 제휴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대구지역 공략에 나섰고, 롯데도 내년 2월 대구의 최대 중심 상권인 대구역 부근에 대형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들 두 유통강자가 대구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됨에 따라 지난 90년대까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방 백화점이 강세였던 대구 유통시장이 재벌 유통사들의 새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 공략에 좀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신세계. 신세계는 최근 대구백화점과 경영제휴를 맺고, 이달부터 2012년까지 향후 10년간 위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신세계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구학서 신세계 사장과 구정모 대구백화점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제휴에 관한 계약체결 조인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제휴는 신세계의 경영 노하우를 대구백화점에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신세계는 향후 10년동안 대구백화점의 경영방침, 영업전략 수립, 매장 및 상품운영 지원을 하기로 했다.신세계와 대구백화점은 공식적으로 ‘경영제휴를 맺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다르게 보고 있다. 신세계가 대구백화점과 협의 하에 2% 이내의 대백 주식을 장외 매입키로 했으며, 사원교육과 시장정보 교환, 광고선전에 있어서도 상호협력키로 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단순히 대구지역에서의 신세계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차원 이상일 것이란 시각이다.사실 대구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재벌들이 군침을 흘려왔던 기업.
그동안 대구지역은 국내 유통시장 중 유일하게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재벌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했던 곳이다. 그 이유는 토착 유통기업인 대구백화점이 확고한 시장위치를 확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전국 백화점 망은 재벌사를 위주로 구도가 짜여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나 유독 대구지역은 지역 주민의 보수성 등으로 인해 재벌사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대구백화점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업계에서는 롯데, 현대 등이 인수에 나선다는 내용의 얘기들이 끝없이 나왔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경우는 지난해 중순 경 대구백화점 인수 차원에서 기획실에서 실사를 위해 직원을 파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롯데백화점이 대구역 인근에 신축중인 대구점 조감도 | ||
현재 대구지역은 동아백화점, 대구백화점과 대구백화점 프라자점 등이 있다. 중견 유통업체였던 태화쇼핑, 대백쇼핑 등은 경영난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대구상공회의소 조사(2000년도 기준)에 따르면 대구지역 백화점의 연평균 매출액은 2천1백억1천9백만원으로, 할인점 매출(4백42억원)에 비해 무려 5배가량 높은 편이다. 또 매출 이익률이 23.2%대에 달해 할인점의 11.6%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높다. 대구지역에서는 할인점 등 다른 업태보다는 백화점 사업이 더 잘 된다는 얘기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은 백화점의 경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꾸준히 재무구조를 개선해 경영난도 해소했고, 할인점과의 영업 차별화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일단 대구백화점과의 경영제휴로 대구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신세계는 대구백화점의 강점을 충분히 이용, 기업이미지를 대구에 확실히 뿌리내린다는 전략. 신세계는 먼저 대구백화점과 상품권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전국적 규모의 초대형 판촉행사에 대구백화점 계열의 2개 점포와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대구백화점 본점과 프라자점의 점포명에 ‘신세계 제휴점’이라는 명칭과 신세계 로고를 명기하고, 각종 사인물, 포장물, 쇼핑백 등에도 이 문구를 명기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이번 경영제휴를 위해 영업 총괄을 담당할 임원 1명을 포함, 3명을 이미 파견한 상태.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신세계의 바잉 파워를 확대하고, 전국적인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신세계의 이 같은 공세는 다분히 내년에 대구지역 진출에 나서는 영원한 라이벌 롯데와의 시장 전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준비운동인 셈이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롯데의 전략도 만만치 않다. 롯데는 대구역 부근에 지하 3층, 지상 9층짜리 대형 백화점을 지어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프로젝트팀이 내려가 있는 상황인 데다 올 하반기에 대규모 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다. 롯데는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센터, 문화체험센터 등을 열어 지역 친화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명품브랜드 위주의 상품을 주로 선보이며 고급 백화점의 이미지를 굳혀나간다는 영업전략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개점 1년 이내에 선두가 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세계는 대구백화점의 경영자문을 담당하는 역할일 뿐이어서 신세계를 경쟁상대로 생각지 않는다”며 애써 여유를 부렸다. 롯데는 내년 대구역점 오픈에 이어 2004년에는 대구시 상인동에 연면적 8천 평 규모의 제2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신세계-대구백화점 연합군과 롯데의 대구 전쟁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