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배원들 전기차 전환 사업… 부정적 반응 높아
- “무산됐다”… 우정본부와 일부 지방우정청 안팎에서 ‘회자’
- 추진 의지 동력 잃어… 좌초 위기 몰려 ‘우려’
- 노조, “전기차 전환 사업, 현실과 맞지 않은 정책… 실패할 것이다”
- 전시적 목표 수치 달성 급급…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 추진해야”
우정사업본부가 시험 운영 중인 국산 초소형 전기차(사진=일요신문 DB)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우체국 집배원들의 안전과 배송 효율을 높이는 ‘전기차’ 도입이요… “글쎄요”.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우체국 집배원들의 노동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내놓은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전기차 전환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우정본부 등 소속 직원들조차 “때가 되면 도입 하겠죠” 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강 본부장의 “전기차 보급이야 말로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라는 수식어처럼 붙은 그의 기조도 설득력을 잃은 채 흐릿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강 본부장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집배원들을 위한 전기차 도입의 추진은 불가피 하다”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끊임없이 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문구도 예전 같지 않고 있어, 추진 의지에 동력을 잃고 좌초 위기에 몰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우정본부 홍보담당 관계자는 “올 연내 목표로 한 전기차 1000대 도입은 제조사의 사정으로 인해 배치를 할 수 없지만 내년 상반기쯤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1000대와 하반기 4000대, 2020년 5000대 총 1만대의 도입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인데다, 이들 제조사 대부분이 국내 전기완성차 생산 여부를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우본이 밝힌 내년 상반기 1000대 배치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당초 우정본부는 도입될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목표로 내놓았다.
사진은 강성주 우정본부장의 전기차 운전 시연(사진=일요신문 DB)
강성주 우정본부장이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전기차 도입이 잠정 연기되면서 전기차 전환 사업이 기로에 서있다. 예산 확보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사업자체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얘기도 우정본부와 일부 지방우정청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우정본부가 지난달까지 목표로 한 전국 213개 우체국에 완속충전기(7㎾h급) 1000기 규모의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도 표류하며 완료되지 못한 처지이다.
이로써 연내 우편배달용으로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도입하겠다고 장담한 강 본부장의 강한 의지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길 판국이다.
이를 두고 강 본부장이 정부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졸속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임기 후 또 다른 자신의 노선을 위해 보여주기식 정책과 사업들을 지양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내부의 곱지 않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우정본부 한 간부 직원은 “전시적이고 비현실적인 정책보다는 현재 처해져있는 조직의 문제점을 소통을 통해 타파하며, 강압적이고 겁박스러운 지시에 맞춘 조직운영으로 전시적 목표의 수치 달성에 급급하기 보다는 조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부 차원에서 작금의 상황을 잘 파악해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우정본부가 시험 운영 중인 국산 초소형 전기차(사진=일요신문 DB)
지난해 11월 취임초기부터 강 본부장은 “전기차 도입이야 말로 집배종사원들의 노동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고 기존 이륜차의 각종 사고를 대비한 최종적인 선택”이라며, 목 놓아 외쳤다. 특히 강 본부장은 취임직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그는 “전기차 도입과 드론을 이용한 우편물 배송 등 차세대 IT기술을 도입해 집배원들의 과중한 노동 부담을 덜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중 전기차와 관련해 그는 “전기차로 우편을 옮기면 100㎏ 이상은 물론 150㎏도 실어 나를 수 있어 업무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자신하며, “집배원이 매일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가, 오히려 집배원의 노동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편지 물량은 계속해서 줄고, 소포·택배는 두 자리 수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오토바이는 편지에 적합한 운송수단이지 소포용도가 아니다. 그 대안은 전기차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이 같은 호언은 현업의 집배종사원들에게는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그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대구·경북지역 노조 간부는 “실제 전기차 도입으로 인한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금 노동조건이 개선되려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집배 인력이 증원돼야 한다. 집배인력 증원 없이 시스템을 변경한다고 해서 노동조건이 향상될 수 없다”며, “이는 지난해와 올해 수없이 많은 집배원들의 순직에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도입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집배 업무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냐는 것에 대해, 그는 “전기차 운행으로 인한 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한다. 노동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에 집배업무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단언했다.
전기차 도입에 따른 문제점과 관련해, 이 노조 간부는 “현실과 맞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우체국 전기차 주차장과 충전소 문제, 산악지역 등 시골길 운행 문제, 전환에 따른 예산문제, 우편물 적재문제 등 무수한 문제점이 모두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인력증원 없는 그 어떠한 대책도 무효하다”고 입장을 확실히 했다.
지역 우정청 소속 한 우체국 총괄국장도 “냉담할 뿐이라며, 행정직 근무자들도 전기자동차 보급은 현실과 맞지 않는 동떨어진 정책”이라고 평가 했다. 그는 “전기차를 도입하는 이유는 집배원의 안전대책을 강화하기 위해서 나오는 것인데... 전기차를 운영하면 배달업무가 지체되는 건 당연한 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원보다 훨씬 많은 집배 인력을 증원해야 하는데, 현재 계획은 그렇지 못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강 본부장의 정책에 반하는 현실적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드론을 이용한 우편물 배달 역시, “실험적이며, 시기상조라고 본다. 우본의 드론정책은 보여주기 식이다. 실제 현장에서 대중화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실제 우정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소형 전기차는 국내엔 생산여력이 없는 것으로 지난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애초 우정본부의 연내 우편배달용으로 초소형 전기차 1000대 보급은 실현 가능성이 적었던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2020년까지 우편배달용 이륜차 1만5000 대 중 66%에 해당되는 1만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올 1월 발표했으나 생산여력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다그쳤다.
특히나,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집배원 504명을 대상(9월 21~28일 )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가 2020년까지 이륜차 1만5000대 중 1만대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사업에 대해 응답자 중 85% 이상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정적인 요인 대부분은 주택지와 골목길에 진입할 수 없어 도보 이용 거리와 업무시간이 현저히 늘어나기 때문에 근무여건에 맞지 않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은 “집배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우정사업본부의 여러 대책이 쏟아졌지만 정작 집배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요자와 면밀히 소통해야만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정책 공급자와 수요자의 핀트가 맞지 않으면 예산만 낭비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우정본부 홍보담당은 “당초 전기차 도입을 국내 생산품으로 목표로 잡은 만큼, 올 초 전기차 업체 측에서 하반기쯤에는 납품이 가능하다고 해 사업 계획을 세웠다”라며, “하지만 수회에 걸쳐 논의를 해본 결과 아직 준비가 덜 돼 있었고, 이에 도입 여부를 잠정적으로 미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우본은 전국적으로 40여대의 소형 전기차를 시험 운행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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