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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텔레콤이 지난해 베트남 진출을 홍보하기 위 해 대대적으로 광고한 ‘베트남편’ CF 사진. | ||
이 광고를 낸 광고주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었다. SK가 이 광고를 낸 이유는 베트남 통신시장에 진출한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물론 국내 이동통신회사가 베트남시장에 진출한 것 자체가 갖는 의미는 매우 컸다. 국내 통신업체로서는 최초인 데다가, 이 시장은 향후 동남아,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베트남드림’을 꿈꾸었던 SK는 요즘 베트남 사업으로 인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과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탈피, 동남아 시장에 CDMA 벨트를 건설하려던 SK의 구상이 베트남에서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K의 베트남 사업 철수설’까지 나올 정도다.
SK가 베트남에 본격 진출한 것은 지난해 9월. 당시 SK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 제2이동통신 사업자인 사이공포스트(SPT)와의 CDMA(다중코드분할방식) 이동전화 사업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 97년 8월 SK텔레콤이 SPT사와 베트남에서의 CDMA 이동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지 4년여 만에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당초 베트남 진출은 SK텔레콤 이름으로 이루어지진 않았다. SK텔레콤(53.8%)과 베트남에 전자교환기 수출 경험이 있는 LG텔레콤(44%), 동아일렉콤(2.2%)이 SLD텔레콤이라는 합작법인을 싱가포르에 세운 것. 이 법인이 베트남 통신회사인 SPT라는 회사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SLD는 장비와 기술이전, 운용자금 등 모두 2억3천만달러를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향후 15년간 서비스를 통해 얻은 수익을 베트남의 SPT사와 나눠 갖기로 했다.
문제는 계약과정에서 SLD측이 너무 서두르다 보니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조건을 맺었다는 점. SLD는 투자금액을 1억8천만달러로 정했는데 베트남측에서 이를 2억3천만달러로 올렸다. 또 수익배분도 애초 SLD가 75%를 가지는 것으로 했다가, 나중에 50%로 하향했다.
결국 CDMA 이동통신 서비스를 처음 실시하고, 전혀 투자도 하지 않는 베트남의 SPT가 투자 수익의 50%를 차지하게 된 것. 게다가 SLD는 15년 뒤에는 베트남 투자분을 고스란히 SPT에 주게 끔 계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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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텔레콤이 의욕적으로 진출한 베트남 시장에서 고전 하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진출 당시 계약 체결 모습. | ||
통상 통신서비스업체들이 투자기간을 10년 안팎으로 잡고 있음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5년뿐이다. ‘투자기간 10년을 뺀 나머지 5년 동안 2천7백여억원의 돈을 베트남 시장에서 회수가 가능한가’라는 회의론이 SK텔레콤 안팎에서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베트남이 신흥 개발국가로 발전속도가 빠르다는 점, 또 적어도 10년 뒤에 베트남의 경제 수준이 지금과는 한참 다를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그럼에도 SK에서조차 투자 계약이 불리하다고 인정하는 것을 보면 베트남 사업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지난해 가을 베트남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일을 너무 급하게 처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다. SK에선 “향후 유리한 조건으로 변경시키기 위해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업 철수’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현지 통신업체에 대한 지분을 외국 기업에 1%도 내줄 수 없다는 점을 고수한 것도 협상과정의 난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업협력계약이란 방식으로 제3국에 세운 합작회사의 우회 진출을 시도했다는 것.
또 한 가지 베트남 사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 사업의 리스크에 대한 사항을 SK텔레콤이 감사 보고서에 아직까지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SLD텔레콤의 감사 보고서에는 SLD건에 대해 ‘사업연도말 현재 자산총액(신설회사의 경우에는 설립시점의 납입자본금)이 70억원 미만’이라 연결재무제표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SLD-SPT는 3천5백만달러 상당의 장비를 LG텔레콤에 발주했다. 물론 이돈은 SLD의 주주인 SK와 LG, 동아일렉콤이 내야 하는 돈이다. 때문에 사업이 본격화한 만큼 SLD의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국내에도 자세히 알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베트남쪽과 협상할 여지가 많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번 장비입찰 때도 LG가 합작회사의 주주라는 점은 별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비 입찰에서 낮은 가격을 써낸 노텔에 밀려 떨어질 것이란 소문이 도는 등 합작 계약을 맺은 이후 줄곧 돈만 대는 구실을 할 뿐 베트남쪽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SK텔레콤은 베트남 이외의 해외 투자 법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인도 현지법인인 DSS Mobile Communication은 98년 3월 기준으로 결손누적으로 자본이 완전 잠식된 상태이다. 이 회사에 SK는 24억9천만원을 투자해 지분 29.5%를 갖고 있다.
민영화된 이동통신사업과 정유 사업권을 인수해 국내 정상의 재벌 반열에 오른 SK는 늘 ‘내수용 안방재벌’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SK는 이런 비판과 내수 시장 포화라는 한계를 중국과 동남아에 이동통신 서비스와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 극복하려고 했다. 그 첫단추를 끼우는 단계에서부터 수업료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