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아일랜드 블라니 마을 인근에 있는 ‘블라니 캐슬’은 중세 시대에 지어진 돌성이다. 이곳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꼭대기에 있는 ‘블라니 스톤’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블라니 스톤’에 입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돌에 입을 맞추기란 사실 쉽지 않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채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반드시 옆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힘든데도 사람들이 돌에 입을 맞추는 이유는 뭘까. 이는 돌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때문이다. 먼 옛날 ‘블라니 캐슬’을 축조한 코맥 래디 맥카시는 송사에 휘말리자 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그의 부름에 응답한 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돌에 입을 맞추라’고 지시했다. 신의 지시대로 돌에 입을 맞추었던 맥카시는 법정에서 놀라운 언변으로 유리한 평결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고, 이에 돌에 마법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를 기념 삼아 ‘블라니 캐슬’을 축조할 때 이 돌을 사용했다.
때문에 그 후 이 돌에 입을 맞추는 사람은 달변 혹은 다변의 재능을 얻게 된다는 미신이 전해져 내려오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까지 소문을 듣고 정치인, 대문호, 전설적인 배우 등을 포함한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 돌에 입을 맞추기 위해 성을 찾아왔다. 그리고 1912년 윈스턴 처칠 전 수상이 이 돌에 입을 맞추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다만 워낙 자세가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쉽게 도전하지 못할 듯싶다. 출처 ‘어뮤징플래닛’.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