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5일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오후 도청에서 서귀포시 동홍동 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허가한 진료과목은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이 적용 안돼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 녹지국제병원 운영을 철저히 관리 감독해 허가 취지와 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녹지국제병원은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 8002㎡, 연면적 1만 8253㎡(지하 1층·지상 3층)규모로 지난해 7월 완공됐다. 48병상에 의료진 58명, 행정인력 76명 등 134명이 채용됐다.
지난 10월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를 권고했다. 섦 문조사에서 제주도민 참여 배심원단 200명 중 180명이 참석한 공론조사위 최종 설문조사에서 58.9%(106명)가 ‘개설을 허가하면 안된다’고 응답하고 38.9%(70명)가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고 답한 것을 감안해 이뤄진 불허 권고였다.
병원설립은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중국 기업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면서 본격화됐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7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 헬스케어타운에 병원건물을 완공, 의사·간호사 등 병원 인력을 채용하며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8월엔 제주도에 병원 개원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설립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제주도는 개원 허가를 6차례나 연기, 결국 공론조사를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제주도는 개원을 불허할 경우 건물을 짓고 직원 134명 채용까지 마친 사업자측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두 달여 고민 끝에 이날 조건부 허가를 발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조건부 허가를 둘러싸고 당분간 논란은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반대하는 측은 원 지사가 숙의형 민주주의인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중국 녹지그룹의 영리병원 사업계획에는 국내 의료법인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사실상 국내 의료기관들이 편법으로 영리병원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의료비 지출 증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의료기관 이용의 차별과 위화감 조성 등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