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생 인수로 내야할 돈은 4천9백42억원이다. 한화컨소시엄의 대생 주식 51% 인수금액은 총 8천2백36억원. 이중 한화의 비중은 60%이다. 한화는 이를 계열사별로 한화석유화학 1천5백억원(9.29%), 한화증권 8백억원(4.95%), 한화종합화학 1천2백억원(지분 7.43%), 한화유통 9백26억원(5.72%), 한화국토개발 5백10억원(3.15%)등으로 나눠서 출자시켰다.
한화그룹은 한화석유화학과 한화증권, 한화 등 3개사만이 상장돼 있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한화의 대생 인수가 유력해지던 8월 들어서면서부터 하나같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투자자들은 한화의 대생 인수를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대생 인수로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이는 한화증권조차도 맥을 못추고 있다. 특히 금융업과 별 관련이 없는 한화석유화학 등이 돈을 내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한화석유화학의 경우 99년부터 3년 연속적자 상태인데다, 자본금이 5천1백20여억원인데 비해 분담금은 1천5백억원에 달해 이번 대생 출자로 기업의 명운을 건 셈이 됐다.
한화증권이나 한화유통 역시 분담금이 자본금 대비 30%를 넘고 있어 대생의 회생 여부에 목을 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때문에 한화 계열사 내부에서 대생 인수에 동원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런 계열사들의 반발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다.
과거 삼성그룹에서 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때 투자금의 대부분을 부담한 삼성전자는 이 문제로 두고두고 소액주주들의 항의와 책임소재를 놓고 법정 소송까지 당해야 했다. 한화그룹도 최근의 투자자들 성향을 보면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증권가에선 당장 내년 한화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런 부담은 대생 인수를 통한 금융업 진출을 고집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김승연 회장이 대생의 최고 경영자로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김 회장의 최후의 선택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