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금호그룹으로 ‘추정’되는 호남권 기업들이 DJ정부에서 겪었던 ‘부침’을 언급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다음은 그의 발언 요지. 그는 자신의 구속과 대한생명을 ‘뺏긴’ 이유로 “97년 대선 때 DJ에게 대선자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걸 안줬기 때문에 이 정권 출범 뒤 30대 기업 중 대표적으로 얻어맞은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그때 대선 자금 제대로 안줘 괘씸죄로 걸린 기업이 신동아그룹과 모항공사, K그룹, D증권이다. 호남의 K그룹과 D증권은 나중에 잘 타협해 살아났지만 나와 모항공사 회장은 구속돼 혼이 났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K그룹과 D그룹이 미운털이 박힌 것에 대해 “줬는데 너무 적게 줬다. 그래서 호남 재벌이 이렇게 적게 줄 수 있느냐”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에 대해선 해당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재벌그룹 회장쯤 되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 최순영 전 신동아회장 | ||
자연히 K사가 어디인지 드러나는 셈. 문제는 증권사 한곳인데, 동원이나 대신 모두 계열사로 증권사가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간판업종인 곳은 대신그룹으로 DJ 집권 초기 증권가를 중심으로 집권세력쪽에서 ‘대신을 손볼 곳으로 꼽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아 관심을 끌기도 했었다.
최 전 회장은 재벌들이 주는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한 언급도 했다. “청와대에서 30대 재벌을 초대하면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액수가 자리를 정한다. 가장 조금 낸 사람이 맨 끄트머리에 앉는다”며 자신은 10억원대의 돈을 내 끄트머리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자신은 92년 대선 때나 97년 대선 때 DJ에게는 대선자금을 주지 않았다는 것. ‘신동아그룹 해체가 모두 대선자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최 전 회장의 발언은 관련 사법당국이나 금감원 등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재벌들이 합법적인 정당 후원금 말고도 정치자금을 낸다는 ‘공개된 비밀’을 확인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가 여러번 대선을 거친 재벌총수 중의 한명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대선의 계절을 맞아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 재벌들의 돈이 정치권으로 넘어갈지 궁금해진다.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