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에 의하면 명동 사채시장의 3대 큰손으로 알려진 반씨는 벤처열풍이 몰아친 이후 7천8백여개 벤처기업에 주식 가장납입 등의 거래를 해왔다는 것. 한때 잘 나가던 벤처기업들과 반씨의 불법 거래가 드러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이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어 벤처시장이 떨고 있다.
반재봉 리스트는 최근 1천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기업인 프리챌의 전제완 사장이 반씨와의 불법 거래가 드러나면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프리챌 전 사장은 지난 1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반씨로부터 80억원을 빌려 주식대금을 가장 납입했다는 것.
전 사장은 또 대주주인 자신이 내야 할 주식 인수대금과 세금 등 총 1백20억원을 회사자금으로 납입한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 사장은 이와 별도로 금융권에서 10억원대의 자금을 개인용도로 대출하면서 회사로 하여금 보증을 서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프리챌은 지난해 주식맞교환을 통해 당시 코스닥 등록업체인 대정크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우회등록했으며, 전 사장은 코스닥 등록사인 프리챌홀딩스의 지분 2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프리챌은 현재 가입회원수가 1천만명이며, 온라인 카페 1백10만개를 보유, 다음(1백50만개) 및 세이클럽(70만개) 등과 함께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빅3’로 꼽히고 있다.
전 사장은 현재 “증자납입 대금 80억원 가운데 50억원은 프리챌홀딩스에 대한 채무를 출자전환한 것이며, 나머지 30억원은 직원들에게 대금을 받지 않고 우리사주로 배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프리챌 전 사장의 주금 가장납입 혐의는 구속된 반재봉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반재봉 리스트의 충격파는 벤처시장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반씨와 거래한 벤처 블랙리스트가 하나둘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는 불법거래 혐의가 짙은 상황이라는 것. 특히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반씨와 벤처기업간의 거래에서 일부 금융기관 및 금융당국 인사들이 개입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반재봉 사건과 관련해 기업뿐 아니라, 권력층이 배후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어 향후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또다른 후폭풍을 몰고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 명동 사채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하면 벤처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 99년 이후 사채업자의 배후에 얼굴없는 큰손들이 존재했다는 것.
이들 중에는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고위층 인사의 이름을 들먹이며, 벤처기업과 일부 제2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반강제로 특정 벤처기업에 투자를 종용하기도 했다는 것. 사채업자인 K씨는 “최근 물의를 빚은 H금고 등 일부 금융기관의 경영인들이 전주인 사채꾼들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벤처기업 투자에 나섰으며, 대부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사채업자들은 “반재봉씨 사건이 확대될 경우 벤처비리뿐 아니라 다른 사건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엮어져 나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