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지분의 66.3%를 갖고 있는 대한생명이 지난 9월 한화에 인수되는 등 소유구조가 바뀌는 와중이라 지급여력비율을 맞출 대주주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 하지만 한화가 새주인으로 결정된 뒤에도 최근까지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한 유상증자 일정이 불투명했다. 때문에 재계에선 한화가 신동아화재 경영정상화 작업의 주도권을 놓고 금융당국과 신경전을 벌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화가 인수하기 전부터 부실 상황에 빠진 신동아화재의 지급여력 비율을 맞추기 위한 증자에 한화계열사가 참여하느냐, 아니면 대생이 참여하느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는 것. 게다가 한화가 대생을 인수한 뒤 자동으로 따라온 부록격인 신동아화재에 대한 계열사 차원의 지원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이런 시각은 더욱 증폭됐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지난 11월 초 신동아화재 본사를 방문해 “자체 영업력을 키워라”라는 발언을 한 것이 ‘한화 계열사에서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한화가 신동아 문제의 처리를 놓고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더욱 확산됐다.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
신동아쪽에서도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한 유상증자 여부에 대한 조회공시를 받았지만 지난 11월 초까지도 일정을 발표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후 12월13일 임시주총을 연다고 했다가 다시 1주일을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단 신동아는 11월20일 임시주총을 통해 한화쪽이 선임한 진영욱 사장이 취임하는 등 한화쪽에서 본격적으로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는 한화 계열사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누가 참여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 신동아측에선 2월 초 실시할 유상증자 규모가 7백억원이고 대생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공모를 통해 주주우선 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것. 현재 참여가 확실시되는 것은 우리사주 20%다. 관심은 대생이 얼마를 참여할 것인지의 여부다.
신동아의 지분 66.3%를 가진 대생이 과연 이 비율대로 증자에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대생이 실권하고 한화 계열사들이 떠맡을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대생은 지난 2000년 1월 신동아가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해 4백36억원 규모의 증자를 했을 때도 참여했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대생이 다시 자금을 신동아에 수혈한 것. 이번 증자에서도 대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신동아는 두 번에 걸쳐 대생으로부터 수혈받는 셈이 된다. 이는 3조5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대생이 한화로 인수된 뒤에도 신동아 지원에 나서야 하느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경영권을 인수한 한화쪽에서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화쪽에선 한화 계열사들의 참여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이번 유상증자에서 한화 계열사의 참여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이는 과거 한화 계열사였던 제일화재의 오너십 문제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신동아화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제일화재와 신동아화재의 합병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제일화재는 한화그룹 계열사였다가 분리된 회사로 김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제일화재 사장이 대주주(14.22%)인 회사다.
제일화재 역시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 비율이 109.2%로 기준을 간신히 맞추고 있다. 또 2000회계연도에 6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엔 흑자로 반전했지만, 올해 다시 적자로 바뀌는 등 사정이 별로 좋지 못하다. 게다가 한화그룹 계열사들 거의 전부가 제일화재에 책임보험을 몰아줄 정도로 한화 의존도가 크다.
때문에 일각에선 제일화재와 신동아화재를 합쳐서 경영정상화를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쪽이나 대생쪽에선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할 수는 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한화는 한때 청산설까지 나돌던 신동아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하지만 한화가 신동아의 경영정상화 속도에 탄력을 붙이기 위해선 친족회사인 제일화재의 손을 놔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화가 한때 계열사였던 제일화재도 살리고, 신동아화재도 살리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