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측, 완전한 주 5일제, 무료노동 중단, 조속한 집배인력 증원 등 요구
- 일반 행정직들 “우정본부가 시간 외 수당 통제하고 있다”… 강한 불만 표출
- 강 본부장 임기 올해 말 끝나…주요 정책 사업들 표류 ‘불가피’
- 우정본부 간부 직원, 실질적 대책 마련 ‘우체국 생존해법’ 찾아야
강성주 본부장(사진=일요신문 DB)
[대구·경북=일요신문] 최창현 기자 =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정책들을 쏟아내며 경영악화에 이르게 하고, 이루지도 못할 자기 성과를 챙기려 조직을 힘들게 하는 리더가 내부에서 얼마나 신망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우정사업본부(본부장 강성주)의 경영상태가 최악인 가운데 일선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추진을 강행하며 이런저런 핑계로 경영부진의 책임을 전가하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고 있는 강성주 본부장에 대한 본부 안팎의 탄식 섞인 말이다.
강성주 본부장이 이끄는 우정사업본부가 심각한 경영난 등의 악재로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모양새다.
본부 내부에서는 지난 한 해 유래 없는 적자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정본부 교섭대표 노조는 완전한 주 5일제와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조속한 집배인력 증원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지방본부부위원장 회의를 열고 현안 해결을 위한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강한 입장을 내놓았다. 또 다른 노조 측도 동의한 적 없는 토요택배 즉각 폐지를 주장하며, 무료노동을 중단하고 시간외 근무수당을 실적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면서 연일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 노조는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일반 행정직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국적으로 행정직 인원이 대폭 줄었음에도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인원 충원에 대해 요구는 하지 않고 있지만, 각 부서별 인원 부족에 따른 업무 과부하로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간외 근무 처우도 일선과 크게 다르다. 우정본부의 경우 지방우정청을 비롯해 총괄국과 관내우체국의 행정직에 대한 시간 외 수당을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절 등 업무량이 늘어날 때면 시간외도 못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까지 더 해야 한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
5급 관서인 지역의 우체국 한 행정직 관계자는 “행정직들의 초과근무 시간외 수당은 없다. 아니,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초과근무가 한 달에 10시간은 넘지만,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대다수의 우체국은 택배 쪽 일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렇듯 우정본부가 만성적인 집배와 행정직 인력난을 비롯, 경영수지 악화에 현 경영진의 책임론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일선 현장에서는 강 본부장이 우정본부를 민영화시키려 단계적 절차를 밟고 있는 까닭에 이 지경이 됐다는 흉흉한 말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일요신문 DB)
우정본부는 지난 2017년에 이어 2018년도로 이어지는 사상최대 적자폭을 기록했다. 올해는 20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본부 자체 분석까지도 내놓았다.
이 같은 우정본부의 경영악화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조차도 최근에야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강성주 본부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 등에 대해 강하게 질타하며 책임소재를 따져 묻고 대책 마련 강구를 요구하며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 본부장은 자신과 실단장 등 급여 반납을 공표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현업에서는 “수박 겉핥기 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본부장을 비롯해 경영진들이 책임 통감이 아닌 책임 전가에 급급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앞서 올 초 강성주 본부장은 경영난에 따른 대책마련을 위해 지난해 각 지역 우정청 별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돼야 될 상여금을 축소 내지 미지급 가능성을 내비치는 긴축 재정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본부가 노조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이 같은 ‘땜질 처방’ 식의 정책은 강한 반발만 샀다. 특히나 본부가 현재의 사태(경영악화)를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한 ‘경영위기전담반’까지 꾸렸다는 소식도 알려지면서, 이를 두고 현업에서는 “이 지경이 될 정도로 우정본부에서는 여지껏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지역 곳곳의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와 함께 불만의 불씨를 지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 지난 8일 우정본부는 2018년 경영평가 상여금 지급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조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사측에서 강성주 본부장을 비롯해 노사협력담당관 등이 참석했으며, 노측에서는 위원장과 사무총장 등이 함께했다.
이날 우본은 노측에게 비상경영계획 수립을 비롯해 본부장 및 실단장 직책급 등의 급여를 반납하고 5급 이상의 성과상여금은 110% 지급, 6급 이하·우정직 성과상여급 140% 중 110%는 3월, 30%는 연말에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장 인건비 등 경상비를 어떻게든 줄여 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노측은 성과상여금 삭감과 분할지급에 대해 강력 반대했고, 초과근무 예산 삭감 역시 반대로 맞섰다. 또 본부가 비상경영 계획에 앞서 집배근무환경 개선에 따른 물류 혁신과 비공무원 채용 등 재검토와 사전조치를 마련할 것을 사측에 강하게 주문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노측은 성과상여금의 경우 지급 완료시까지 지속 교섭하기로 했으며, 이외 노조의 요구사항도 열린 자세로 지속 교섭하기로 결론 내렸다.
노조측은 “우정본부가 경평상여금 지급 축소와 분할 지급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노사가 협의한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협의 위반으로 간주하고 소송을 비롯해 대중실천투쟁 등 전면적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런 현실에서 우정본부에서 그간 추진돼 오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주요 정책 사업들이 상당기간 표류할 위기에 처하고 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전기차 운전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일요신문 DB)
먼저 강 본부장의 핵심 정책인 전기차 전환 사업은 예산 확보 등 어려움에 처해 사실상 사업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당초 우정본부가 지난해 전기차 1000대 도입을 목표로 한 사업이지만 “제조사의 사정으로 인해 배치를 할 수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후 올 상반기 배치 가능성을 비쳤지만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별다른 진전은 없다. 지난해 각 지역 우체국에 설치하겠다던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도 표류하고 있으며, 올해는 계획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본은 전국적으로 40여 대의 소형 전기차만 시험 운행 중이다.
전기차 전환사업과 함께 드론을 도입한 우편물 배송 역시 “제한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험적일 뿐, 산악지역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구조상 실제 현장에서의 대중화는 어렵다”는 것이 현장 대다수의 중론이어서 강 본부장의 전시적 목표로 전향될 경향이 커 보인다.
강 본부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우체국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올해 초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술 변화가 결국 소득과 노동 환경을 바꿀 수 있다”며 우체국 집배원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4차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강 본부장은 올해 우정본부는 빅데이터센터를 적극 활용, 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해 소비자 맞춤형 배송전략을 구상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하반기에는 드론 배송 시범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겠다고 한 데 이어 집배원 중심의 물류혁신 투자 확대도 약속했다. 또 그는 내년까지 전기자동차 1만 대를 보급하고 IoT(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 우편함 30만개 설치, 우편물 자동구분기 설치를 통해 자동화 전환 등을 추진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강 본부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데다 심각한 경영 상태에서 그가 내놓은 정책들이 얼마만큼 진전을 이룰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정본부 한 간부 직원은 “강 본부장이 취임 전 약속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혼자 고집부리지 않고 현장과 대화하며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던 기조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동안 정말 현실성 있고, 특히 조직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 본부장이 4차산업 적용만을 고집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현재 경영 부진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비전 및 추진전략’ 제시 등을 통해 우체국의 생존해법을 찾아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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