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카리브해 영국령 버진군도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섬인 애너가다섬 인근에 가면 소라고동 껍데기로 이뤄진 작은 섬을 하나 볼 수 있다. 섬 전체에 소라고동 껍데기가 쌓여있는 이 독특한 섬은 사실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섬이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인근의 어부들은 얕은 바다에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라를 잡아 왔고, 이렇게 잡은 소라의 껍데기를 같은 장소에 버리고 갔다. 그리고 이렇게 세월과 함께 층층이 쌓인 수백만 개의 소라 껍데기들은 결국 섬을 이루고 말았다. 방사성 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소라 껍데기가 쌓이기 시작한 것은 서기 1245년 무렵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라는 카리브해에서 요리에도 쓰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모양의 껍데기는 기념품과 액세서리로 팔리기도 한다. 다만 소라섬의 껍데기는 예외였다. 이유인즉슨, 아마도 어부들이 알맹이를 빼내기 위해서 소라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놓아 상품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부들의 이런 ‘꾸준함(?)’ 덕분에 현재 이 섬은 관광명소가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 소라는 카리브해 전역에서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상태다. 출처 ‘보잉보잉’.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