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입단 8년차 나성범은 올시즌 이후 해외리그 포스팅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일요신문] 어느새 프로 입단 8년 차. NC 다이노스 나성범(30)의 2019시즌이 매우 특별하게 다가온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리그 포스팅 자격을 획득하는 나성범은 NC 다이노스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KBO리그 선수였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과의 연습 경기에 출전, 마치 ‘쇼케이스’를 하듯 많은 스카우트들을 불러 모은 그는 기대와 숙제를 안은 채 스프링캠프를 마감하고 NC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파워와 정교함, 강한 어깨와 빠른 발까지 갖춘 나성범에 대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 NC 다이노스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훈련장을 나눠 쓰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연습 경기를 치르기 위함이었다. 이날 NC는 박민우-오영수-나성범-베탄코트-양의지-모창민-권희동-손시헌-김성욱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시애틀은 마이너리그 선수가 아닌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라이언 힐리, 오마 나바에즈를 비롯해 카일 루이스, 브레이든 비숍 등을 선발 출전시켰고, 스캇 서비스 감독이 자리를 지켰다.
KBO리그와 MLB 팀의 연습 경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었다. 그들의 눈은 오직 한 선수, 나성범만을 쫓고 있었다. 나성범을 관찰하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발길은 이전 NC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리고 이후 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 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나성범 관찰을 위해 몰린 각 구단 관계자들
나성범은 올 시즌을 마치고 구단의 동의를 얻으면 해외진출 포스팅 자격을 획득한다. 2020시즌 후에는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해외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나성범은 직접적으로 해외리그 진출 관련해서 입장을 밝히길 꺼려하지만 그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담당자를 보낼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는 중이다.
‘일요신문’에서는 나성범을 보기 위해 NC 다이노스의 연습 경기를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마이애미 말린스의 스카우트인 자랄 리치는 나성범을 4년째 관찰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NC가 애리조나 투산에 스프링캠프를 차릴 때마다 훈련장으로 찾아가 나성범의 모든 것을 지켜봤다. 다른 팀들과의 연습 경기에서 그가 어떠한 태도로 타석에 들어서고, 투수의 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폈다. 지금까지 본 나성범은 매우 힘이 있는 타자고 타격감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다. 파워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는 부분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구단의 상황, 나성범의 강점 등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동부 지역의 한 스카우트라고 밝힌 인사는 “나성범의 경기를 직접 본 건 두 차례”라고 말하면서 “이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보다 나성범의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이 더 뛰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병호, 김현수에 빗대 나성범에 대한 기대치를 부풀렸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KBO리그에서도 유명한 스카우트 A 씨였다. 그는 KBO리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 오랫동안 활약해온 인물이다. A 씨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걸 조건으로 나성범에 대해 좀 더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A 씨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KBO리그 선수들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부터 설명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 입단 후 보여준 활약 덕분에 이전에 비해 KBO리그 선수들 관련해서 많은 관심이 있는 건 사실이다. 아시아권, 특히 일본,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입성이 실패보다는 성공으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가 크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유망주보다 즉시 전력감을 선호한다. KBO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즉시 전력으로 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학시절 마운드에 서던 나성범은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전향하며 뛰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나성범이 투수로 활약하던 대학 2학년 때 처음으로 그 선수가 투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프로 입단 후 바로 코너 외야수로 전향하고선 타석에 들어섰다. 내가 관심 있게 봤던 건 그의 적응력이었다. 그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첫 해부터 타석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투수로도 빼어난 모습을 보였는데 타자로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관심을 받을 만한 선수였다.”
2013년 NC가 1군 무대에 합류한 후부터 지난해까지 나성범은 784경기에 출전, 타율 0.315 141홈런 603타점을 기록했고 최근 5년 연속 20홈런, 90타점 이상을 올렸다. A 씨는 그의 꾸준함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대학 때 야수 경험이 없었던 선수가 프로 데뷔 후 부침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나성범의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3년 전부터 그의 성장은 올라서기 보다는 정체돼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삼진율이 늘었다. 한국에서 삼진이 많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비율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를 다른 스카우트들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인 B 씨는 어느 때보다 올시즌 나성범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타석에서 부침이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의 선수라는 걸 경기를 통해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성범의 스윙은 굉장히 아름답다.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도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단 타석에서의 선구안과 투수의 공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투수의 다양한 구종에 자신의 스윙을 해낼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 팀에서 충분히 나성범에게 모험을 걸 것이다.”
B 씨는 올시즌을 마치고 나성범이 포스팅시스템에 나선다면 일본 선수들 중 비슷한 시기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야수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이미 일본 프로선수들 중 아키야마 쇼고(31·세이부 라이온스)와 국가대표 4번 타자인 쓰쓰고 요시토모(28·요코하마 DeNA)가 이번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성범은 공교롭게 포지션까지 비슷한 이들과 메이저리그 진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스카우트들도 한일 간판 타자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흥미로운 관점에서 비교 분석 중이다. 올 시즌 나성범은 이들보다 자신이 더 나은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 부분이 바로 타석에서의 노련함이다. 지금의 모습에 노련함까지 갖춘다면 나성범의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치로를 닮고 싶어 하는 아키야마 쇼고는 2018시즌 주로 1번타자로 나와 타율 3할2푼3리 24홈런 82타점으로 활약하며 세이부의 10년 만의 퍼시픽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요코하마의 간판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타자 중 한 명이다. 나성범과 같은 좌타자로 정확성과 파워를 갖췄다. 2016년 44홈런을 포함, 최근 5년 동안 156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만약 나성범이 포스팅시스템에 나선다면 어느 정도의 몸값을 형성하게 될까. 앞선 스카우트 A 씨는 “강정호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와 계약하면서 히어로즈에 포스팅 비용으로 지불한 금액이 500만 달러였다. 나성범이 포스팅시스템에 나선다면 500만 달러 이상을 받기는 어렵다고 본다. 많이 받아야 300만 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NC 다이노스의 입장이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의 몸값을 어느 정도 선에 묶어둘지 알 수 없는데다 NC의 허용 기준이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한 팀에서 일한다고 소개한 스카우트는 나성범의 성실함과 인성을 높이 평가했다.
“연습 경기가 열릴 때는 몇 시간 전에 미리 필드로 나와 본다. 그럴 때마다 나성범은 항상 일찍 나와서 연습했다. 타격 훈련할 때는 굉장히 집중해서 하는 편이다.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야구에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습, 외모에서 풍기는 성실함, 타고난 신체조건, 그리고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이 그에게 관심을 갖게 만든다. 스카우트들이 작성하는 리포트에서 난 그에게 성실함과 열정 부분에 많은 점수를 줄 것 같다.”
한편 NC와 시애틀 매리너스의 연습 경기를 찾은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 관계자는 “나성범이야말로 장타력, 기동력, 강한 송구 능력 등 ‘5툴 플레이어’로서 메이저리그의 162경기를 부상 없이 소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춘 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류현진, MLB 데뷔 후 첫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서나 LA 다저스 선수들의 팀 훈련이 시작되면 훈련장 한 켠에서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기자들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최근 며칠 동안 인터뷰의 주된 화제는 어깨 염증으로 불펜 투구를 멈춘 클레이튼 커쇼의 몸 상태와 개막전 선발 투수로 누구를 내보낼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그때마다 로버츠 감독은 커쇼의 이름을 언급했다. 개막전 선발로 커쇼가 나가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발언이었다. LA 다저스 개막전 선발투수 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류현진. 그러나 커쇼가 계속 단체 훈련에서 제외된 채 개인 훈련을 이어가며 불펜 투구를 재개하지 않자, 로버츠 감독도 더 이상의 연극을 멈추고 꼬리를 내렸다. 다른 건 몰라도 개막전 선발로 커쇼를 내보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시범경기가 후반부를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은 누가 될까. 가장 유력한 선수로 꼽히는 워커 뷸러는 아직 시범경기 등판조차 하지 않았다. 류현진이 9일 캔자스시티전에 등판하게 되면 시범경기만 세 차례 등판하는데 비해 뷸러는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다저스 취재진과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류현진과 리치 힐을 개막전 선발 투수 후보로 꼽고 있다. 야후스포츠도 “다저스가 베테랑인 류현진 또는 힐을 개막전에 내보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류현진은 두 차례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비록 시범경기의 성적일 뿐이지만 다저스 취재진이 류현진에게 무게 중심을 기울이는 건 ‘빅게임’에 강하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의 호투를 계속 이어간다면 리치 힐 대신 개막전 선발로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한편,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은 전혀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