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정 위원장(왼쪽), 이상철 장관 | ||
문제의 KT 계열사는 오는 3월1일자로 통합을 앞두고 있는 KTF(한통프리텔)와 KT아이콤. 통합을 추진중인 이 회사의 신임 사장 자리를 둘러싼 의혹이다. 의혹은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이 회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 이상철 정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기된 것.
임 위원장은 지난 6일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 1월3일 공고된 사장 공채 공모 공고에 대한 내용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위원장이 왜 민영화된 KT 계열사 사장 선임에 관심을 보였는지, 또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전화 내용이 어떤 경로를 통해 공개됐는지 하는 등의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임 위원장은 “새 사장 선임과 관련해 잡음이 들려와 정통부 장관에게 어떤 절차로 뽑는 것이냐고 물어본 것이 전부”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 역시 “임 위원장이 전화로 선임절차에 대해 물어본 것은 사실이나 대화 내용에서 인사압력이라고 느낄 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 이상철 장관이 KT, KTF 사장을 지냈고, 이용경 KTF 사장도 이 장관과 비슷한 이력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통합법인의 사장도 탐낼 만한 자리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F 사장 자리는 일개 기업 사장이라기보다는 통신업계의 최고 실력자들의 주요 이력을 장식하는 중요한 자리로 부각되고 있다.
당연히 KTF-KT아이콤의 통합법인 사장 자리가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뜨거운 관심사로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KT가 민영화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KT 인사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 직후라는 점에서 권력이동기에 정부의 입김이 반영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KTF의 대주주인 KT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당초 KTF의 새 통합법인 사장은 1월 공모, 2월 선정, 3월1일 합병법인 출범과 함께 취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KT는 지난 1월3일, 1월9일까지 사장 공채를 실시해 13일께까지 신임 사장을 선정한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심사가 진행되고 사장이 선임될 것이었지만 계획이 당겨지면서 새 정부 출범 이전 전격적으로 단행되는 모양새가 됐다. KT 실무진 쪽에서는 새 사장 선임이 당겨진 이유에 대해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 당겨진 이유를 ‘새 행정부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임 인수위원장이 들었던 잡음이 어떤 것이냐는 것. 대선이 끝나기 전 KT 안팎에선 통합법인의 새 사장으로 이 장관과 이용경 KT 사장과 학연이 깊은 N씨가 유력한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다.
하지만 대선 뒤에는 또다른 유력후보로 C씨가 급부상했다. 대선이 끝나면서 새 사장이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 업계에선 말이 많다. 대통령선거에서 정보통신업계의 주요 인물들의 학연 지연을 들먹이며 ‘누가 누구의 줄을 섰다’는 식의 음해성 소문까지 나돌면서 KTF 후속 통합법인 사장 선임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과열 양상까지 빚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사장 선임을 앞당기자 그 배경을 두고 구구한 해석까지 겹쳐지는 양상이 돼버렸다. 때문에 임 위원장의 전화가 단순히 전화 한 통화에 그치지 않고 이런 저런 해석을 낳고 있는 것.
업계에선 이번 파문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숨죽여 지켜 보고 있다. 특히 임 위원장이 전화를 건 사실이 어떻게 공개됐는지, 그 공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누가 공개했느냐에 따라 사안이 복잡해지고 여진이 오래 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전화 공개 파문으로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과적으로 임 위원장이나 이 장관, 유력한 새 사장 후보로 오르내리던 두 사람 등 4명 모두에게 상처를 입히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문의 진상이 드러날 경우 그렇지 않아도 민영화 뒤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KT 전체가 엄청난 인사 폭풍권에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정보통신업계가 KT 계열사 사장 선임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