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이 셋톱박스에 설치한 초소형 카메라. 사진=경찰청 제공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올해 3월 3일까지 모텔에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 음란사이트 운영에 이용한 박 아무개 씨(50)와 김 아무개 씨(48)를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이용촬영·영리목적유포) 및 정보통신망법(음란물유포) 위반 등 혐의다.
이들은 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개설해 모텔 객실 영상을 몰래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VOD 판매 방식으로 약 7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와 김 씨는 지난해 6월 유사한 해외 사이트를 참고해 이 같은 사이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과거 웹하드 업계에서 일을 하며 알게 된 사이로 모두 음란물 관련 전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영남·충청권 10개 도시에 있는 30개 숙박업소의 42개 객실을 돌며 객실을 대실해 카메라를 설치했다. 김 씨는 카메라가 잘 설치됐는지 실시간 촬영 영상을 통해 확인하는 역할과 사이트 구축, 개발 및 서버 운영, 동영상 편집 후 업로드 등 기술 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범행에 쓴 카메라는 숙박업소 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렌즈 크기가 1㎜에 불과한 초소형이어서 작은 구멍만 있어도 촬영이 가능했다. 이들은 셋톱박스 전면 틈새나 콘센트·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뚫은 작은 구멍을 통해 촬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시간 객실 상황을 공짜로 중계하다가 특정 장면 등에서는 돈을 내야만 볼 수 있게 결제를 유도하는 한편, 일정 부분을 따로 편집해 유료 판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편집돼 남아 있는 VOD 영상은 모두 803개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이트 전체 회원은 4099명으로 이 중 한 번이라도 유료 결제를 한 회원수는 97명이다. 월정액 약 5만 원(44.95달러)으로 총 125건의 결제가 실제로 이뤄져 7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음란물 열람 자체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용자의 국적 등은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헤어드라이기 거치대 내부에서 발견된 카메라. 사진=경찰청 제공
사이트 수익을 나누기로 하고 중국 쇼핑몰 사이트에서 카메라 구입을 도운 임 아무개 씨(26)와 사이트 운영 자금 3000만 원을 지원한 최 아무개 씨(49)는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8일 “해외 사이트에 장소가 국내 모텔로 보이는 불법촬영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는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IP 추적 등을 통해 모텔 위치를 특정한 경찰은 자체 개발한 무선 IP 카메라 탐지기법을 이용해 각 객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찾아냈다.
통신시 발생하는 무선 IP카메라의 고유 기기번호와 신호세기 정보를 결합해 10m 이내의 카메라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1~2㎝ 내외로 접근해야만 카메라를 탐지할 수 있는 기존의 전파기반·렌즈기반 탐지기의 한계를 보완한 기술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탐지기술의 성능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며 “이같은 방식의 탐지기가 대량 보급되면 향후 유사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