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영 금감원장이 지난해 ‘항명파동’으로 좌천 시켰던 이순철 부원장보에 대해 ‘사면’을 고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처음에는 두 사람간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국민은행 감사직을 수락한 이 부원장보는 며칠 후 자신의 의사를 번복, 금감원 잔류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 부원장보의 주장은 당초 국민은행 감사직을 수락한 것은 국민은행 조직상 1인 감사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가려고 하니 국민은행이 이사회에서 복수(2인) 감사제로 바꿨다는 것. 실제로 이 부원장보가 국민은행 감사로 오기 직전, 국민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감사를 2명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국민•주택은행 합병과 함께 신임 행장으로 등장한 김정태 행장이었다.
국민은행이 왜 이 부원장보가 오기 직전에 조직을 개편해 복수감사제로 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 부원장보의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노릇임은 분명했다. 사실 1인 감사일 때의 입지와 복수 감사일 때의 입지는 천양지차. 게다가 한국은행-금감원 등 주로 은행가의 귀족층에 몸담아온 이 부원장보의 입장에서는 복수감사로 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 문제는 당시 금융기관의 상위 조직으로 인식돼온 금감원의 위상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있었다. 금감원측에서는 이 부원장보가 시중은행의 복수감사로 가는 것을 상당수가 반대하고 나섰다.
물론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금감원의 귀족의식을 비난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나중에 금감원과 시중은행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비치면서 파문을 몰고 왔다. 그러나 끝내 이 부원장보는 금감원 잔류를 선언했고, 이 원장은 자신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인사에서 좌천시켰다.
이 부원장보에게 주어진 업무는 연수원책임관리자였다. 말이 연수원책임관리자이지, 사실상 조직에서 밀려나 보직해임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원장도 이 부원장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금감원 조직에서 명령을 어긴 것으로 비쳤고, 어쩔 수 없이 이 원장은 그에게 가혹한 인사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원장과 이 부원장보는 학맥이나 인맥관계를 형성하고는 있지 않다.
이 원장의 경우 대전고를 나와 고대법대를 졸업하고, 행시를 거쳐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었다. 특히 이 원장은 한국투신 사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제2금융권에서 1998년 DJ정부 출범 후 산업은행 총재를 지내다가 2000년에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반면 이 부원장보는 경기고,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줄곧 한은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후 은감원 부국장을 지내다가 지난 1999년 금감원 총무국장으로 이동했으며, 2001년에 이근영 원장에 의해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그러나 2002년 파동으로 이 원장에 의해 좌천되고 말았다. [섭]